왜 이렇게 수정이 많냐?

예능 편집 기본기 STEP 2

by 정영택

촬영이 끝났다. 카메라 한 대로 10분을 찍었을 수도 있고, 30대 이상의 카메라로 일주일을 찍었을 수도 있다. 이 촬영본은 일단 두고, 편집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획의도가 뭐야? 우리 이거 통일해야 돼


전편에서 기획의도는 '내가, 내 팀이, 내 클라이언트가 영상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적지이자 나침반, 등대'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나, 팀, 클라이언트'가 같은 목적지로 가려면, 모두가 같은 등대의 불빛을 기준 삼아야 된다.


기획의도가 통일되지 않는 건, 비전에 대해서 모두 다르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모인 회사와 같다. 그 회사 망한다. 통일되지 않은 기획의도로 망한 편집은 어떤 걸까?

카메라 한 대로 10분을 찍은 유튜브 콘텐츠마저 이야기가 한 곳으로 흐르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튄다.

스케일이 큰 프로그램은 여러 명의 PD가 각자 10~15분의 분량을 맡아서 편집한다. 어마어마한 촬영본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밤을 새워서 정신마저 혼탁해진다. 결국 각자의 편집 분량에서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


이때 메인 PD와 메인 작가가 하는 일이-큰 그림을 본다고 하는데-영상이 기획의도대로 가고 있는지 체크하고 다시 길을 잡아주는 거다. 길이 다르면 결국 전면 재편집을 하게 되고, 이미 밤샌 선수들은 좌절한다. 애초에 같은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고 달렸다면 전면 재편집까진 안 갔을 텐데.


같은 등대의 불빛을 기준 삼았다면 또 할 것이 있다. 같은 나침반을 가지는 것이다. 기획의도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있다. 메인 PD가 나침반을 들며 "우리는 북쪽으로 간다. 통일하자." 했다 치자. "OK!" 대답한 담당 PD들의 생각을 보면 그들의 '북쪽'은 '북서, 북동, 북북서, 북북동' 일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재편집이다. 안 믿기겠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이런 일들이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경험을 말해보면


· 다른 등대의 불빛을 기준 삼은 경우(메인 PD와 메인 작가의 이견)


드라마 OST 콘서트의 무대 LED 영상을 편집한 적이 있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해당 드라마의 영상이 무대 LED에 상영되는 식이다. 메인 PD의 지시대로 편집했으나 전면 재수정을 했다. 이유는

메인 PD |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드라마 기승전결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싶어. 사람들이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메인 작가 | 이건 쇼 무대다. 무대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기승전결 따지지 말고 드라마 중요 장면이나 화려한 장면을 넣어서 가수와 무대를 살려야 한다.


메인 작가의 말이 타당하다. 메인 PD의 의도는 좋았지만, 시청자들이 결국 뭘 보는지 생각했어야 했다. 시청자들은 컷팅된 쇼 무대를 본다. LED 영상은 잘려서 일부분만 보인다. LED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서 감동받는 건 현장 관객뿐이지, 대다수 시청자는 아닌 거다. 결국 죽어나는 건 나다.


· 다른 나침반을 가진 경우(메인 PD와 담당 PD의 이견)


'이소룡'을 추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을 편집한 적이 있다. 수정이 많이 나왔다. 이유는


담당 PD | '이소룡' 영화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그 영화를 안 본 사람도 많고, 그 영화 장면이 들어가야 시청자들도 감동이 배가 되지 않나요?
메인 PD | 응, 아니야. 영화 장면 다 빼. 이건 이소룡 영화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난 저 사람들 추억에 빠져서 말하는 얼굴이 더 보고 싶은데?


'나침반의 방향은 이거니까 통일하자.'라고 편집 전에 공유했으면 좋았을 걸. 결국 죽어나는 건 나다.



기획의도로 망한 편집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메인 PD와 담당 PD의 소통


대부분 소통 부재에서 문제가 생긴다. 바쁜 스케줄로 편집실에 달려가기 전에, 기획의도에 대해서 헷갈린다면 메인 PD와 많이 대화하자. 메인 PD는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네 말도 맞지만,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도가 이렇다." 프로그램의 길을 정확히 잡아줘야 한다.


· 담당 PD의 자각


"아무래도 메인 PD가 말한 건 아닌 것 같아. 나는 이걸 살리겠어. 결과만 재밌으면 된 거 아냐?"라는 소신을 가진 PD들도 은근히 많다. 생각하자. 나는 여기 감독으로 온 것이다. 감독의 할 일은 맡은 부분에서 정해진 기획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거다. 기획의도를 바꾸고 싶거나,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획을 하자. 기획을 해서 클라이언트를 설득시키거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자.


· 기획의도의 정확한 분석


김태호 PD가 말했다.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 위의 드라마 OST 콘서트 기획의도는 '드라마 OST 공연을 통해 다시 드라마의 감동을 선사하자.'였다. 그래서 LED 영상도, 짧지만 드라마의 기승전결이 표현되면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였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방송채널이라는 플랫폼을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중계 영상이 아닌, 일반 공연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이렇게 특정 플랫폼의 '시청자'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를 기준으로, 기획의도를 어떻게 연출할지 분석해야 한다. 진짜, '사람'이 먼저다. 그것도 PD도 작가도 출연자도 아닌 '시청자'가 먼저다. 그렇게 분석한 기획의도를 제작진들이 모두 공유하고 통일하자. 유념하자. 그래야 산다.


다음 편에서는 편집 전 해야 할, 촬영내용 파악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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