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솔직한 사람

by empty

30대가 되어 든 생각은 너무 솔직하거나 너무 내 모든 것을 다 오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간헐적으로 들 때가 있다. 10대를 지나 20대에 예민한 감정의 끝을 달리고 있었을 때는 차마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때 당시의 나의 행동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거나 그런 방법밖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나 자신의 모든 문제를 아무에게나 다 털어놓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하나 둘 부담을 느끼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어디론가 퍼 나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내가 컨트롤이 안되는데 어리디 어린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 삭히거나 나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했어야만 했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었을 것도 특히나 너무나도 예민해졌기 때문에 어떠한 행동이라도 할 수 있었고 소위 겁대가리가 없었다. 그 방법만이 해결책인 줄만 알았고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늘 실패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미래도, 돈도, 꿈도, 희망도 없다는 온갖 부정적인 말들로 날 포장하기에 이르렀다. 솔직히 지금도 그때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보게 된 것 같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고 할 줄 아는 것도 나서지 않으며 최대한 겸손한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내가 뭐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지 않으려 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내 의견을 내놓는 일은 예외로 더 힘들어지고 더 무거워졌지만 그럼에도 이전과의 삶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띤다.


지금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고 과거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나를 너무나도 미워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의 문제이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도 나를 싫어해서 비롯된 문제들이겠지만 나는 이 방법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를 싫어했지만 요 근래 글을 쓰면서 감정에 솔직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게 사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나는 나를 자꾸 숨기고 어디론가 들어가 버리는 사람처럼, 동굴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숨기고 꽁꽁 싸매는 것 같다. 혹은 누군가에게 "저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정이 굉장히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사랑, 떨림 이런 부류의 감정이 아니라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더 감동스럽고 감격스럽다. 온전히 이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동안 나는 혼자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 웬만한 여자보다 더욱더 예민하고 더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한없이 무너지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나를 이해해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나를 무너뜨린다. 내가 살아오고 믿어왔던 세상이, 내 좁은 시야로만 바라봤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설명해도 한 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죽으라는 법이 없듯이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기대감에 하루하루 억지로라도 버티고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지독히도 고통스럽고 지옥 같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 결국 살아간다-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는 용기가 없는 바보 같은 사람이다. 개선하고 노력하지 않는 바보 같은 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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