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라는 것을 만들지 못한 사교성이 결여된 모자란 아이 었다. 10대의 나는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던 순간들이 많았었고 20대의 나는 그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는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두 시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을 모르고 대처했느냐의 차이인데 10대 때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이게 감정이라는 영역인지, 내 성격이 별난 탓인지 그것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나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의 무릎에 누워 울며 이야기를 했었더랬다. 그 이야기는 엄마에게 들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어서 기억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학교에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많이 받았던 듯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며 아마 기절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기대어있는 엄마의 무릎에 가방을 벗고 자연스럽게 누웠겠지. 그리고는 엄마에게 울먹거리면서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때가 기억나는 이유는 한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거실에 있는 엄마의 무릎을 베개 삼았던 것과 한창 따가운 햇빛이 집 안으로 비추었기 때문에 나는 그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여름이 아닐 수도 있고 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벌써 최소 15년은 된 이야기인데도 아직까지도 그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나는 정말로 그런 추억들이나 기억들을 머릿속의 서랍에 저장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지긋지긋하다. 이런 것까지 기억하고 살려니.
그렇게 아주 어렵고 무서운 10대를 지나고 난 뒤, 20대가 찾아왔다. 어떻게 해서라도 대학은 꼭 가야 하고 졸업장은 사회에서 필수라는 이야기를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것을 전공으로 해서 대학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맨 앞자리에 앉아 애니메이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와 항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관심이 가는 일을 노트에 적고 그중에 어떤 걸 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누었고 허황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때 그 노트에 적은 직업들 중 기억나는 것은 차량 정비사, 경찰, 형사, 소방사 등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공무원을 원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중학생 때부터 그렇게 생각을 해왔다는 사실이 이제와 놀랍기도 하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직업들을 적어내고 나름 선택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고등학교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 말은 즉슨 내신을 이용해 고등학교를 선택해야만 했다는 소리다. 담임선생님은 나를 조용히 불렀고 네 성적에는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도 없고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만 한동안 했다. 나는 그 당시에 내가 정말 갈 학교가 없다고? 내가 정말 엉망이고 공부를 못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긴 했다. 근데 무섭지는 않았다. 나는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한 곳만 다녔기 때문에 너무나도 질렸고 다른 학교로 가고 싶었지만 엄마와의 전화통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담임 선생님이 하는 말은 애가 너무 착하고 성격도 순해서 학교 가면 잘할 것 같은데 이 학교로 추천을 해볼게요. 아마 될 거예요.라는 말로 엄마를 설득시켰다. 그때 당시만 해도 백분율이 전부였지만 나는 그 수치에 한참 못 미쳐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공부는 못하지만 착한 아이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 시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애였던 것이다.
결국 고등학교를 갔지만 같은 재단의 학교로 갔기 때문에 또 지긋지긋한 생활이 이어졌다. 이런 오래전 이야기까지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결론은 나는 친구가 없어서, 이 감정들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내 옆을 지키지 못해서, 내 옆을 다 떠나고 난 뒤라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고 감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처럼 돌아보니 아무도 내 곁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이 나 자신일 것 같다는 확신 어린 생각에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다. 그저 그때의 나와 이야기해주고 놀아주고 같이 술 마셔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