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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06. 2022

# 6. 결혼은 미친 짓일까?

득조가연(得肇佳緣):비로소 아름다운 인연을 만났다

# 6. 결혼은 미친 짓일까?  


집에 가자마자 바로 자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걸까? 집 안에 미현이가 있었다. 오늘은 진짜 쉬고 싶었는데

-유라: 어떻게 들어왔니?

-미현: 승주 말이 맞네.. 어이구.. 넌 귀찮거나 아직 못 잊은 거야!

-유라: 뭔 소리야?

-미현: 050306 2005년 3월 6일 너네 첨 사귀기로 한날! 동창회! 현관 비밀번호!

-유라: 승주가 말해줬니? 그걸 아직....

-미현: 승주 만났지? 무슨 이야기 했니?

-유라: 그냥 뭐...

미현이의 저 눈.. 도저히 말 안 하고는 오늘 안에 우리 집을 나갈 거 같지 않았다.

난 일요일과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현이는 혀를 끌끌 차더니 고개를 흔든다.

-미현: 너, 바보지?

-유라: 뭐가?

-미현: 니 감정을 왜 그렇게 숨기냐? 나도 다 보이는데..

-유라: 뭘 숨겨??

-미현: 그냥 돌아가도 너한테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 왜 니 감정을 숨겨.. 왜 더 아파하는 건대? 뭐가 겁나서??

-유라: 맞아, 나 많이 겁나. 상처받는 것도 싫고.. 다시 돌아가려니 자존심이..

-미현: 사랑에 자존심이 어디 있니? 미친년, 사랑하는데 뭘 이리 재고 저리 재고.. 나 같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승주품에 안기겠다.

-유라: 그럼 네가 가서 안겨..

나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유라: 넌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니?

-미현: 글세.. 결혼이라.. 20대 때는 사랑하니까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니까 여러 가지 따지게 되는 건 사실이더라..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기에는 내 인생이, 내 능력이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남편과 자식들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거고.. 정말 어려운 선택이지. 정미 이야기 들어보면 시댁 어른들도 잘 보고 결정해야겠더라.. 남편만 믿고 살기엔 내가 너무 손해 보는 거 같으니까.. 시월드.. 상상이 안 간다.

대한민국에선 결혼하면 자식을 마음에서 놓아야 하는데.. 어떤 시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보상받으려고 하더라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느니 네가 이러면 안 된다느니.. 며느리한테 보상받으려고 하는 그런 심보는 뭔지..

-유라: 누가 들으면 몇 번 결혼해본 사람인 줄 알겠다.




승주의 부모님을 겪어본 바로는 딱히 시집살이를 시킬 분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정미의 말론 거기에 속지 말라고 하는데.. 시집살이야 대한민국에 산다면 당연한 거 겠지만..

어른들은 자식이 결혼을 못하면 걱정이 많아진다. 자기네들도 다 해본 일인데.. 굳이 하라고 하는 건.. 혼자보다는 좋은 점이 많아서 일까?

그냥 혼자인 게 더 나을 거 같기도 한데,,

-유라: 넌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현: 안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평생 한 사람과 잠자리를 한다는 거 자체가 재미없을 거 같고.. 애라도 낳으면 애한테 매달려야 되고 남편이 잘 도와준다면야 좋겠지만 그런 남자 어디 흔하니? 난 안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 뭐, 가끔은 애들 재롱도 보고 아플 때 간호도 해주고 챙겨주는 남편이 좋기도 하겠지만.. 100으로 봤을 때 그런 것들은 20도 안된다고 봐..

-유라: 너, 너네 집으로 가라.. 도움이 안돼.. 나 씻고 잘란다.

-미현: 뭐야..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잖아.. 승주랑은 어쩔 건데?? 승주가 너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알잖아?.

-유라: 그럼 2년 전에 잡았어야지..

-미현: 지은 죄가 있다 보니 그랬겠지.. 지금은 너 아니면 안 되겠던데.. 세월이 그만큼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널 좋아한다는 거 보면 그 애도 참 이해가 안가.. 어디가 좋다는 건지..

-유라: 넌 남자 안 만나니?

-미현: 만나고 싶어.. 남자 만나본지가 3개월이나 지났다. 너무 외로워..

-유라: 넌 모든 게 그런 쪽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드냐?

-미현: 확 승주랑 해버린다.

-유라: 뭐?? 그래, 그래라..

-미현: 야!.. 그만 고민해.. 나야 한 사람한테 목매는 거 못하는 성격이지만 넌 다르잖아. 헤어지고도 다른 사람 못 만나고.. 저기 저 반지.. 사진.. 그냥 확 불어버릴라.. 왜 아직 안 버리는지 승주가 알면 참 좋아하겠다.

-유라: 안 그래도 승주가 봤어. 사진이랑 반지...

-미현: 집에 왔었어? 세상에... 승주가 확실히 맘 정했나 보네.. 너도 승주 맘 따라가.. 왜 맘에 없는 소리를 하는 건지.. 난 널 이해를 못 하겠다.

그래 나도 나를 이해 못 하겠다. 



내 맘은 여전히 승주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내 자존심은 그를 잊으라고 하고 있다.

전화기를 보던 미현은 엷은 미소를 띤다.

-미현: 나 간다. 주현이가 남자 소개해 줄 테니 나오란다. 야.. 넌 반성 좀 해라.. 하기야 너나 나나.. 암튼 난 가야겠다.

주섬주섬 옷과 가방을 챙겨 들고 미현은 나갔다. 그래.. 아무 생각 말고 쉬자..

서둘러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이제 나는 자야 한다.

문득 장식장에 있는 그의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 승주... 아직 까지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자..

장식장 문을 열어 반지를 꺼내 들었다. 이 반지를 7년이나 끼고 있었는데.. 무심코 반지를 껴보았다. 살이 빠지긴 했나 보다 예전보단 여유로운 사이즈다. 이 반지를 처분해야 맞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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