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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08. 2022

# 7. 이대로 영원히

득조가연(得肇佳緣):비로소 아름다운 인연을 만났다

# 7. 이대로 영원히 



아침 6시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묶고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는다.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스킨과 로션 아이크림과 크림 비비크림에 아이라이너 아이 블러셔를 차례로 바른다. 바르기보다는 색칠한다가 맞을 거 같다. 어제 챙겨놓은 옷을 입고 식탁에 앉아 토스터에 잼을 바른다. 변함없는 내 생활의 시작 부분이다. 양치를 하고 립글로스를 바른다. 신을 신고 출근을 서두른다.



오늘은 외부 근무다. 협력업체에 서류를 건네주고 물량을 뽑아와야 했다.

새로 계약을 맺은 회사라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협력업체에 도착하니 직원이 회의실로 안내했고 회의실에서 담당과장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문이 열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승주다.

-유라: 승주...

-승주: 반갑습니다. 오늘따라 더 반가운 거 같네요.. 앉으시죠.

-유라: 어. 아.. 네..

승주는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승주: 놀랐지? 나도 놀랐어. 새로 계약한 회사가 너네 회사라고 들었을 때도 놀랐지만 담당자가 너라고 해서 더 놀랍더라..

그래 놀라운 일이다. 정말 운명은 있긴 있는 건가.

-승주: 참 이거, 이번 공사 때 필요한 거, 서류는 가지고 왔어? 견적은 내가 다 뽑아 놨는데...

-유라: 서류 여기.. 계산은 내가 해도 되는데...

-승주: 혹시 모르니까 다시 확인해보고.. 음.. 그리고.. 점심 같이 먹자..

나는 승주를 한번 쳐다보고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확인해보니 계산은 정확했다.

-유라: 다 맞네. 이런 수고 까진 안 해도 되는데.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작이죠? 그럼 수요일에..

나는 서둘러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오려는데 승주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런.. 어제 껴보고는 뺀다는 것이 그냥 나온 것이다. 승주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반지를 만지작 거리고는 내 얼굴을 쳐다봤다.

-유라: 마지막으로 그냥 껴 봤어. 오늘 팔려고.. 괜한 생각하지 마..

-승주: 유라야. 점심 뭐 먹을래? 점심 같이 먹자. 잠시만.

-유라: 아냐 나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승주는 책상으로 가더니 벗어뒀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승주: 박 대리 여기 서류 확인해보고.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승주는 박 대리 책상 위에 파일을 내려놓았다.

-승주: 가자..

승주는 내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왔다. 

-유라 : 회사 사람들이 봐 손 놓고 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주는 내 손을 잡고 1층 입구로 향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싫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승주: 뭐 먹을까? 따뜻한 가락국수? 너 가락국수 좋아하잖아. 우리 단골집 기억나? 난 가끔씩 가는데..

나는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가 잡고 있는 이 손을 지금 놓지 않으면 다시는 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 손을 놓을 수 있을까? 내 맘이 움직이고 있다. 나의 다짐과는 달리 그를 원하고 있다.

-승주: 안 추워? 차 타고 갈래?

승주는 내 눈을 응시하고 있다. 내 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승주: 왜 울어? 내가 뭐 실수한 거야?

승주는 따뜻한 그의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는...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승주를 그를 내 눈에 담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나의 10대를 그와 같이 보냈고 대학 이후 7년의 연애기간을 거쳐서 2년의 헤어짐.. 헤어져 있던 2년이란 시간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승주는 활짝 웃고 있었다. 나도 그를 보며 웃어주었다.

따뜻한 그의 손을 잡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서로의 추억이 담긴 따뜻한 가락국수를.. 

퇴근시간에 맞춰 승주는 회사 주차장에 서 있었다. 그는 내 차에 타고 있었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그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멸치 볶음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 승주는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우리의 사랑이 처음 시작된 날..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지도 않은 체 승주의 입술은 내 입술을 향했다.

차가운 입술이지만 너무나 좋았다. 그의 입술을 느낄수록 그의 혀를 안을수록 더욱 그를 원하게 되었다.

우리는 긴 시간 동안 입을 맞췄다. 

서로를 그리워 한 만큼.. 사랑이 커진 만큼...






아직 나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 사람을 믿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문 아닌 고문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인생을 바치고 나를 찾을 때쯤엔 50대라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내 나이 33세. 남들은 골드미스라고 하지만 아직 창창한 나이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사랑도 결혼도 일도.. 슈퍼우먼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나는 슈퍼우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함이 때로는 편안함을 안겨주듯이 서로에게 익숙해진 만큼 배려한다면, 한평생 한 사람을 믿는 일은 더 이상 고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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