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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pr 11. 2022

# 8. 그녀의 사랑공식

득조가연(得肇佳緣):비로소 아름다운 인연을 만났다

# 8. 그녀의 사랑공식

 


직장에서 30대 여성이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위로 올라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능력이 뛰어난 들 결혼이라는 굴레에 빠지면 얼마 안 가 솥뚜껑 운전이라는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게 미현의 생각이다.


미현은 결혼 따윈 쓸데없는 감정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친구 정미가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시댁과 친정의 눈치 싸움에 전전 긍긍하는 정미가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진득하니 오래 만나는 시간 낭비보다 매일을 설레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실속 있고 덜 피곤하다.



-사원 1: 야. 들었어?

-사원 2: 뭐?

-사원 1: 서 차장 말이야. 이번에 승진대상이라던데..

-사원 2: 아.. 그 이야기 나도 들었어. 그 독종이 승진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일하는 거 내 눈으로 보니 섬뜩하더라.

-사원 1: 남자 사원들도 뒤에서 어찌나 씹어대던지.. 여자가 그리 독해서 뭐하려고..

미현은 화장실 밖에서 들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사원 2: 서 차장 결혼은 하겠니? 그 나이에 그 능력에 어떤 남자가 눈에 차겠냐고.

-사원 1: 내 말이.. 난 그렇게 안 살고 싶어. 일에만 미쳐있다니..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성질 지랄 맞은 거 맞추려면..

미현은 옷을 추스르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며 말했다.

-미현: 일도 남자도 능력껏 만나야 되지 않겠어요? 자신들의 수준을 높여보는 건 어때요?

미현은 세면대에 손을 씻으며 둘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둘은 난감해하며 급하게 인사를 하고는 화장실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미현: 아 놔, 일 잘해도 욕 얻어먹다니.. 그리고 내 성질이 어때서?.. 에잇!!

괜히 화장실 거울에다 물을 뿌리며 분풀이를 했다.



미현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건축가다. 

언변이 좋아서 그녀를 신뢰하는 대기업 사장들도 많고 사장들의 부인들도 그녀의 안목에 감탄할 정도이다.

서울 강남의 돈 많은 사람들이면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는 별장들 대부분은 그녀의 손을 거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현의 장점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수긍이 빠르다는 것이다. 질질 끌려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미현이다 보니, 상황 판단력이 좋았고 맺고 끊음을 확실히 했다. 우유부단함이라는 것은 미현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해버리기에 어떤 일이든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


사랑도 같았다.

미현이 괜찮다고 말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얼굴도 외모도 일도... 누구나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할 만했다

그녀가 무수히 많은 남자를 바꿔가며 만나도 단 한 사람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류태호.. 미현이 대학 때 잠깐 만나던 같은 과 남학생이다.

태호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시원한 외모에 쿨한 성격까지 미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치관도 비슷하고 사랑이라는 불필요한 감정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남자와 헤어지고 나면 미현은 태호를 만났고 가끔씩 그와 잠을 자기도 한다.

지난 3개월을 넘게 만났던 남자는 강영민. 대기업 기획 이사이다.

미현이 이제껏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미현의 입에서 ‘사랑하는 거 같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미현의 친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현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할 때 즈음에 영민은 그녀의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한다.

-영민: 미현 씨 어디예요?

-미현: 나 집에 다 와가요. 영민 씬요?

-영민: 나도 다 와가요.. 1층에서 기다릴래요?

-미현: 알았어요.

그 둘은 늘 그렇게 시작했다. 영민은 자주 그녀의 집에 들렀다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아침을 함께 맞으며 출근을 한다.

서로에게 조금 지쳐갈 때 즈음 미현은 자신의 집보다는 영민의 아파트에서 보자는 말을 했다.

-영민: 왜요? 난 여기가 좋은데..

-미현: 그냥 늘 반복적인 게 그렇잖아요. 그리고 나 영민 씨 집에 두 번밖에 안 가봤잖아..

-영민: 그랬었나? 생각해 볼게요.

미현은 영민의 입술에 뽀뽀를 하고 침대에서 나와  욕실로 갔다.

너무도 예쁜 몸매다. 영민은 미현의 몸이 너무나 좋았다.

욕실에서 한창 씻고 있는 중인 미현.. 영민은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미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뽀뽀를 했다.

-미현: 간지러워.. 뭐야? 같이 씻게요?

-영민: 그럴까요?

미현과 영민은 그렇게 씻고 난 후 아침을 함께 먹었다.

미현은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 정말 맞는 걸까? 이렇게 웃어주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이 멋진 사람과 같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데, 아침을 먹으며 출근도 같이한다면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한데...

미현은 영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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