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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Aug 13. 2022

물폭탄, 모래 폭탄

연재소설

  “설마 물을 이렇게 마셔댈 줄이야 누가 알았나. 실행 예산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으니······.”

  최 소장의 푸념 섞인 말에 무길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마시는 건 얼마든지 좋지만 버리는 물은 없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방송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네요.”

  총무부 염 부장이 난감해했다.

  “얼마나 목이 타면 그러겠나. 작업자 탓만 할 수도 없지.”

  최 소장이 입맛을 다셨다.


  회사는 사막 공사니만큼 예산편성 시 물값을 넉넉하게 책정해 놨다. 그러나 공사 시작과 동시에 그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물 소비량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으니 한국 여름철의 갈증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한데 과소비 원인 중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어이없게도 마시는 물보다 버리는 물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물통을 찾은 작업자들은 당장 목이 타들어 올 거 같아, 무턱대고 한 바가지 가득 물을 퍼 담았다. 숨 쉴 틈 없이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 보면 생각과는 달리 반 이상 남아 있기 일쑤였다. 작업자들은 남은 물을 내 나라 약수터에서 하던 대로 바닥에 쏟아버렸다. 이렇게 버리는 물이 마시는 물보다 더 많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가.  


  “물바가지를 너무 큰 걸로 했어요. 작은놈으로 대체하고 물통도 더 촘촘히 놓으면 도움이 될 거 같아 자재부에 구매 요청했습니다.”

  염 부장이 자기 잘못이기라도 한 듯 소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줄여 보게.”

 최 소장이 무길에게 시선을 돌리며 지시했다.

  “오전 중으로 투입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무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오늘의 긴급 구매 건이 터진 것이다. 성격 급한 최소장의 지시는 무조건 긴급 사항이었다.   

  “모래 폭탄에, 물 폭탄까지, 정신이 없네요.”   

  경리부장이 장부를 훑으며 혀를 찼다.  

  “그러게 말이야.”   

  최 소장이 고개를 저으며 소장실로 들어갔다.

                                                                              


       

  무길이 사무실 문을 밀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헉’하고 코를 틀어막았다. 모래밭에 달궈진 열기가 들개처럼 덮쳐왔다. 뒤따라 나오는 부국은 물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둘은 최대한 숨을 참으며 잰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지원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지원 나왔던 허기사가 손을 흔들며 맞았다.

   

  캠프를 나선 차가 사막으로 들어서자 부국이 물었다.

  “강형, 모래 폭탄에 물 폭탄이라니, 그게 뭐야? 사막에 있는 거라고는 모래뿐인데.”

  “응, 서형은 나중에 와서 모르겠지. 바다에는 물이 지천이요, 사막에는 모래가 지천이라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어.”

  “아니, 왜?”

  “막상 현지에 와보니 이곳 모래는 쓸모가 없더란 말이야.”  

  부국의 눈이 똥그래졌다. 허기사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입자가 너무 잘아서 콘크리트에 쓸 수가 없어. 접착력이 없다는 거야. 뿐만 아니라 강도가 낮아 관 밑에 까는 용도로도 부적합하다네.”

  “아···유, 저런!”

  “얼마나 황당했을까이!”

  부국과 허기사가 동시에 한 마디씩 토했다.

  “그런데 견적 낼 때 모래값은 계상을 안 했거든.”

  “당연하지.”

  부국이 맥 빠진 소리를 냈다.

  “모래 사용량이 엄청날 텐데, 그야말로 날벼락이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지. 최 소장은 그게 미지의 땅에 와서 받은 첫 번째 선물이었다고 해.”

  “선물이라고? 하하. 차라리 다이너마이트였다면 더 나았겠다.”

  “앞으로 또 어떤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지 누가 아나.”

  “그러게 말이야. 맨손으로 정글에 들어온 기분이군.”

  두 청년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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