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방학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듯 학교 가는 골목에서 오랜만에 아이들의 활기가 느껴진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특별한 날이다. 고사리손을 꼭 잡은 엄마들과 겨우내 쑥 자란 만큼 짧아진 바지를 입은 아이들, 아직도 자기 몸처럼 큰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들까지 골목길에 하나, 둘 모습을 보인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다.
아이들과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종종걸음으로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열심히 앞만 보고 걸었다. 행여나 늦을까, 행여나 잊은 것은 없을까, 행여나 하는 생각들이 천 가지, 만 가지 머릿속에 가득하다.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아이가 옆에서 쫑알거리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 듯 바쁜 걸음을 옮긴다. 마치 내가 학교를 입학하는 것 같이 조바심이 나고 떨린다.
오늘은 아이들 발걸음이 또 다른 시작과 처음을 알리는 특별한 날이다. 나는 한 손에는 큰 아이의 손을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다. 3년 전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입학할 때가 어제 일 같은데 벌써 다른 손에 한 명이 늘었다.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날은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학교 강당에 모여 거창하게 입학식을 했지만, 오늘은 모두 정문에서 헤어져야만 한다.
코로나라는 피할 수 없는 무서운 상대가 생긴 이후로 입학식 따위는 없다. 어찌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첫 시작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념비적인 첫날을 맞이한 아이들을 교문에서 배웅하는 것뿐이다. 나처럼 학교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부모들이 교문 앞에 찹쌀떡으로 딱 붙여 놓은 것처럼 붙어 목을 빼고 제 아이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있는 힘껏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잘 갔다 와."
아이들은 연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엄마품에 안겼다가 교실로 들어가는가 하면, 긴장했는지 엄마 품에서 울기도 하고 엄마가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들리지 않는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제 갈 길을 씩씩하게 가는 아이까지 모두 제각각이다.
교문 앞에 모인 부모들은 아이가 벌써 교실로 들어갔는데도 집에 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교문 앞에 섰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집에 돌아가서 기다리란다. 입학식도 제대로 못 한 오늘이 못내 아쉽고 서운해서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자고로 입학식이라 하면 꽃 한 송이 들고, 사진 한 장 남겨야 하는데 코로나는 우리 아이들의 기념비적인 하루도 그저 평범한 날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아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도 한참을 서운한 마음으로 교문 앞을 지키다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