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부터 신나게 달려오는 노랑 병아리 같은 어린이집 차는 어김없이 오늘도 편의점 앞에 아이를 내려주고 간다. 내리자마자 우리 집 꼬맹이의 눈은 편의점 문을 향한다.
기어코 아이는 내 손을 잡고 문 앞에 선다. 아마도 아이는 차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젤리며 초콜릿 따위를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슬며시 아이의 손을 당기며 “왜?” 하고 묻는다.
“젤리 사주세요.”
역시나 올 것이 왔다. 속으로 이놈을 어쩌나 하고 생각을 하지만 나는 이미 편의점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있다.
어떤 거 살 거야? 하고 물으면 아이는 진열대의 과자를 무슨 미술관에서 작품 구경하듯 하나하나 살피고 연신 들었다 놓았다 고민한다. 이 시간쯤 이면 아이의 손에 이끌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들이 몇몇 있다. 그런 엄마들을 볼 때면 묘한 동지애를 느낀다. 과자를 고르는 아이를 보면 내 입은 잠시도 쉬지 않고 “그것은 너무 달아, 많이 먹으면 이가 썩어.” 하며 훈수를 둔다.
이쯤 되면 손에 뭔가 들어야 하는데 아이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내 잔소리가 아이의 선택을 자꾸만 망설이게 하는 것 같아 잠시 조용히 기다려본다. 젤리와 사탕이 가득한 진열대 앞에 모인 아이들은 무언의 경쟁이라도 하듯이 서로의 손에 들려있는 봉지를 힐끔 보고는 더 맛있어 보이는지 이것저것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짜증스럽게 “빨리 사고 가자.” 하며 아이를 다그쳐 보지만 어찌나 진지한 눈으로 고르는지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옆에 다른 아이가 먼저 젤이 하나를 손에 들었다. 마치 경쟁에서 이긴 것처럼 슬며시 미소를 띠며 계산대 앞을 향한다.
우리 집 꼬맹이는 왠지오늘따라 더 신중함을 기울여 젤리 하나를 고르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 같다. 먼저 편의점을 나서는 저 아이의 엄마가 지금은 세상 부럽기만 하다.
결국 더 늦게 들어온 아이가 먼저 젤리를 고른 후에야 한 손에 겨우 봉지 하나를 들었다. ‘내 젤리가 더 맛있는 거야’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계산을 기다린다. 계산대 앞이 또 다른 아이들로 복잡하다. 하루 중 아이들이 집으로 오는 시간이 제일 바쁠 것 같다. 편의점 문은 쉴 틈 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저 뿌듯함을 가득 품은 아이와 기다리다 에너지를 다 허비한 나는 극과 극의 온도차를 가지고 편의점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