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기억들
학교 앞 보물상자 양주 문구
약속이 있는 날이면 늘 긴장하게 된다. 초행길은 언제나 내게 힘들다. 그래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선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도 늘 바른 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내비게이션이지만 오늘도 내비게이션을 믿지 못하고 자꾸 다른 길로 가고 만다. 어김없이 내 마음대로 핸들을 돌리다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
내가 약속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어디쯤 일까? 다시 한번 내비게이션의 화면을 쳐다보고 주의를 살핀다. 학교 앞 작은 문방구가 하나 보인다.
학교를 마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쉼 없이 뛰어가면 횡단보도 건너편 있던 작은 문방구.
학교 앞 문방구는 나에게 보물상자 같은 곳이었다. 나의 보물 수집 목록 1호는 스티커. 300원이면 귀여운 스티커 여러 개가 가지런히 붙어 있는 스티커 한 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많은 스티커를 하나하나 훑어보고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못하고 집으로 가는 날도 다반사였고, 다음날 또 가도 똑같은 스티커를 사지 못해 보기만 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가 새로운 스티커가 들어오는 날이면 깊숙이 있어 찾지 못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처럼 눈이 반짝거리곤 했다.
지금은 마음속 상자에 담아두고 꺼내어보는 추억이 되어버린 문방구가 여기 양주 문구라는 이름을 달고 학교 앞을 지키고 있다. 저 아이들은 이곳에 어떤 추억들을 남길까? 나처럼 과자를 보면 100원짜리 과자 하나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먹던 기억이 떠오르고, 예쁜 스티커를 보면 떠오를 기억을 선물하는 곳일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 앞을 지나다가 문방구를 보고 즐거운 기억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저 문방구에 뽑기에서 엄청 좋은 것을 뽑았다. 혹은 내가 저 트램펄린에서 뛰면 머리가 천장에 닿았다. 하며 낄낄거리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들이 가득한 곳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양주 초등학교를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