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태풍에 꼿꼿하던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냈습니다. 가지를 잘린 채 아직도 부목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종아리에 영양주사를 꽂았습니다. 연못의 풀들은 알고 있는 듯 서로 의지한 채 한들거리는 몸을 비스듬히 눕혔습니다.
요즈음 정치권이 편 가르기로 요동을 칩니다.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 중에는 문자 폭탄, 전화 불통 등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듭니다. 바른말 한마디에 밥줄이 끊길 수 있는 세상입니다.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습니다.
‘감히 나를 건드려? 아니 우리 편을 건드려? 너 한번 당해봐라.’
손해배상을 운운하고 생계마저 무너뜨리려 합니다.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무기를 들지 않았을 뿐입니다. 막돼먹은 말로 글도 그림으로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가 적입니다. 도처에 구별할 수 없는 적이 많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들입니다.
그럼 나는 양인가 늑대인가. 스스로를 점검해 봅니다. 그럼, 휩쓸리지 않으려고 엉거주춤 그렇게 삽니다. 양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냥, 그냥, 그냥 늑대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