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새들은 나보다 더 더울까 20210713
처음으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아침에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습니다.
“열대야가 틀림없어요. 내가 다 덥다고 느꼈으니.”
아내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열대야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날에는 샤워를 여러 번 했습니다. 자다가 침대가 뜨거워 거실 바닥에 누웠습니다. 잠시 눈을 붙였지만 이내 깼습니다. 온몸이 축축합니다. 머리를 만졌습니다. 끈끈합니다. 잠들고 깨기를 반복하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활짝 열린 창문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세 시 반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었습니다. 천천히 뉴스와 놀았습니다. 하지만 내 몸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중앙로를 걷다가 새소리에 발길을 바꾸었습니다. 공원을 걸어야겠습니다. 입구에 다가가자 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단지 안의 새가 어느새 앞서 온 거야.’
어제 코로나 전염병 확산 4단계 경보를 내렸음에도 공원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로 노인입니다. 그들도 나처럼 더위를 피해 나왔나 봅니다. 사람들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습니다. 경보 발령에도 마스크를 턱에 걸친 사람들이 보입니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의 몇 사람은 마스크 자체가 없습니다. 무슨 만용을 부리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야외이고 더우니까. 더구나 사람들도 많지 않고.’
어찌 되었든 남 보기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내가 공원을 한 바퀴 돌았을 무렵 새들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소리도 감추었습니다. 더위를 피하고자 미리 사라져 버렸을까요. 까치 몇 마리만 식사를 끝내지 못했는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부리를 움직입니다. 천천히 걸었는데 옷이 눅눅합니다. 습도가 높기도 했지만 땀 때문입니다. 겨드랑이와 목이 젖었습니다. 밖의 상쾌함이 잠깐 뿐입니다.
동이 틉니다. 하늘이 구름을 흩어놓았습니다. 하늘의 풍경을 찍어야 합니다. 재빨리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햇살이 먼 산봉우리를 밝힙니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멋진 그림을 연출합니다. 햇살이 재빠르게 산 주변을 붉게 물들입니다.
햇살을 피해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려왔습니다.
‘빨리 가서 샤워해야 해.’
아내의 말대로 열대야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