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콩국수 20210731
모두 찜통더위 속에 잘 견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때면 시원한 것이 생각납니다. 이것저것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다 멈췄습니다. 냉콩국수입니다. 나는 콩 종류를 좋아하지만, 여름이 되면 여지없이 콩국수 생각이 납니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십니다.
사실은 며칠 전에 콩 전문 음식점에 가서 냉콩국수를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침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된 더위가 나를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몇 차례 콩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내 성화 때문입니다. 콩국수 노래를 했습니다. 전문 음식점이라고는 해도 집에서 먹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차가운 것이야 같지만 국물의 진하기가 다릅니다. 집에서 만든 것은 아내의 손맛 때문인지 그 고소함과 진함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콩을 아낌없이 사용해서 그럴까 생각하며 아내의 손맛에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콩국수가 생각납니다. 콩을 불리고 삶고 맷돌에 가는 긴 시간만큼이나 생각이 길게 이어집니다. 어린 마음에도 맷돌을 쉼 없이 돌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해볼까.”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켜 주었지만, 몇 분간도 돌리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맷돌의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불규칙해졌습니다. 힘에 부칩니다. 콩국수를 먹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서둘러야 저녁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콩물뿐인가. 밀가루를 반죽해서 손칼국수도 만들어야 합니다. 식구도 많지만 그만큼 노력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지금이야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편리한 기구들이 있으니,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지만 그때는 어림없는 일입니다. 가마솥과 맷돌, 큰 함지박, 홍두깨…….
아침 신문에 맛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콩국이라는 글자에 눈이 멈췄습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제주도에서는 콩국이 겨울 음식이라고 합니다. 겨울이면 몽글몽글하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콩국을 끓여 먹는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순두부가 되기 전의 상태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여기에 배추를 쭉쭉 찢어 넣거나 겨울 무를 썰어 넣기도 합니다.
우리 고장 사람은 겨울철에 콩국을 먹기는 했으나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로 찌개를 해 먹었습니다. 콩은 조려 먹거나 밥을 할 때 곡식과 함께 넣어 먹기도 했습니다. 같은 재료라고 해도 고장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고 만드는 방법 또한 조금씩 다릅니다. 나는 콩국수를 계절과 관계없이 좋아합니다.
그저께는 콩국수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콩물을 사 왔습니다. 내 아이디어입니다. 이제는 집에서 콩물을 만들기가 번잡스럽습니다. 근래에는 노력을 덜 들이는 반제품의 음식 재료들이 많아졌습니다. 완제품도 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의 역할이 큽니다. 이 더운 날씨에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눈치가 보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끼니를 거를 수야 있습니까. 코로나19가 야속합니다. 이런 상황만 아니면 하루 중 한 끼는 밖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놀이와 배움을 핑계 삼아 이곳저곳 얼굴을 내밀면 더위도 피하고 좋은데 말입니다.
콩국수를 먹고 싶은 마음에 한 마디 했습니다.
“요즈음 냉장고가 좀 이상하다고 했는데 콩물 상하는 거 아니야.”
아내가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얼음이 땡땡 얼었습니다. 냉기가 올라옵니다. 눈치채지 않게 입맛을 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