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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75. 매미 소리에 빠지다. 20210804

by 지금은 Dec 05. 2024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실외로 나가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감쌉니다. 전국이 불볕더위라고 하더니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럴 때는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부으면 좋겠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 매미 소리가 요란합니다. 주위에 있던 매미들이 모두 모인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왜 이 여름에는 매미가 없는 거야 했는데 성급하게 보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매미 소리를 들으니 여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위를 피한다는 핑계로 요 며칠 동안 집에만 있었습니다. 책을 반납하고 더위를 식힐 겸 신문이라도 봐야겠다고 진열대로 갔습니다. 경제신문을 집어 들었는데 ‘아뿔싸’ 안경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책이나 빌려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금방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좀 덥기는 하지만 걸어야 합니다. 하루에 오천 보 내지 만 보를 걷기로 스스로 다짐했는데 빼먹은 지 일주일은 된 것 같습니다.


하천변을 따라 바닷가까지 걸어갔다 와야겠습니다. 전에 종종 걸었으니 대충 몇 걸음이나 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지름길로 갔다 온다면 만 보를 넘길 것이고 둘레 길을 따라 걷는다면 만 이천 보가 넘습니다. 햇볕이 따갑습니다. 땡볕입니다. 되도록 나무 그늘을 따라 걸어야겠습니다. 잠시 걷다 보니 꼭 훈련받는 기분입니다.


군 생활이 떠오릅니다. 완전무장을 하고 뙤약볕을 걸었습니다. 행군입니다. 배낭을 메고 그 큰 자동소총도 어깨에 둘러멨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흙냄새가 풍기는 산 고개를 넘던 때를 기억합니다. 왜 그렇게 매미 소리가 요란했는지 힘든 상황에서 짜증을 더 부추겼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위에 있는 매미들은 울음을 그쳤지만 잠시뿐입니다. 임무를 교대하듯 매미 소리는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멈췄다 이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의 매미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까워지면 울던 매미가 소리를 멈춥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오늘의 구름은 맘에 들지 않습니다. 파란 하늘인데 구름은 더위를 먹었는지 산뜻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울어대는 매미나 찍어야겠습니다. 울음소리를 찾아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조심조심, 소용이 없습니다. 경계하는지 어느새 울음을 그쳤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를 살펴 매미를 찾아냈지만 높아서 제 모습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걷고 걸어 해안가에 이르렀습니다. 잠시 공중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돌아섰습니다.

매미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몇 장은 찍어야 하는데, 허탕을 치면 마음이 허전할 것 같습니다. 도중에 아기 사과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발견했습니다. 위치가 알맞습니다. 휴대전화를 내밀어 모습을 담기에 딱 좋은 위치입니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다가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전화를 내미는 순간 ‘푸드덕’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보이는 대로 담아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더위를 더 보탰습니다. 오늘뿐만 아니라 요즈음 그렇습니다. 모자에 방역 마스크까지 했으니, 속옷은 물론 겉옷까지 땀에 젖었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자 후텁지근한 바람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뭐야.’


앞의 나무를 보았는데 매미는 보이지 않고 매미 껍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미를 찍지 못했으니, 이거라도 담아야겠습니다. 한 장을 찍고 주위를 살피자, 나무 기둥의 여기저기에 매미껍질이 붙어있습니다. 한 마리를 찍다가 연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미껍질들을 떼어 한 나무에 간격을 두고 배치했습니다. 껍질이지만 나무에 붙여보니 잘 붙습니다. 껍질끼리 마음이 통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휴대전화에 담았습니다.


집 근처에 왔을 때입니다. 숨소리만 듣고도 외면하던 매미가 드디어 마음이 바뀌었나 봅니다. 한 마리가 제 자리를 떠날 줄을 모릅니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인가. 휴대전화를 가까이해도 달아나지 않습니다. 아니 내가 제 모습을 담기에 편리하도록 햇볕을 향해 자리를 옮겨 주었습니다. ‘찰칵찰칵’ 여러 장 담았습니다. 이 녀석뿐만 아니라 다음 매미도 나를 도와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마음에 듭니다. 매미 소리가 따라온 듯 귓전을 울립니다. 매미의 첫 만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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