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모기에 물리겠지?

맞은바라기

by 다날

“트럼프도 모기에 물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인 모기를 휴지로 감아 변기에 버리고 돌아오면 모기는 부활해 있었다. 참 여기는 원룸이다. 모기를 죽여봤자 단칸방 안이고 화장실까지는 두 걸음이면 충분했다. 그니까 고작 물 내리는 시간만에 모기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여름이면 매번 그랬다. 창문도 열지 않고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막아도 모기는 방 안에 공존했다. 심지어 잡기 편하게 우르르 몰려다니지도 않았다. 하나 가면 하나 오는 형국이었다. 작년엔 트럼프보단 푸틴 내지 히틀러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그들은 악하지만 현명했구나 하면서도 아니지, 현명해서 악할 수 있었겠지 하며 말이다. 전쟁과 홀로코스트는 닮았다. 한 번의 공격으로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여름마다 에프킬라와 모기향은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 공격에는 소질이 없는 듯했다. 대량살상의 도구는 갖고 있지만 그 방법은 몰랐다. 아닌가. 모기가 현명한 건가.


올해는 에프킬라를 미리 뿌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구멍과 모서리 그리고 모든 틈에 도포했다. 크게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들어왔다.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누가 그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인생보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쓸어 붙어 있을 법한 모든 존재를 떨쳐냈다. 문을 스치게끔 최대한 작은 틈만을 열어 들어갔다. 하루는 그러다 신발장에 걸려 넘어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도 모기에 물리겠지?’




잘은 모르지만 백악관은 경비가 살벌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총알도 피한 이력이 있는 남자였다. 아무렴 총알이 모기보단 빨랐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란 점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미국이 현 지구 최강국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그런 사람은 자국에 대한 애정 또는 인류애가 넘치는 게 아니라 객기로 가득 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게 미국이란 국가의 힘이다.

참 나는 미국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만을 위대한 국가로 여기는 사람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미국을 찬양하고 있는 듯한데,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다. 이런 공간의 저런 사람도 모기에 물릴 수 있을까, 이뿐이다.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 모든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를 주장하고자 모기를 도구로 쓸 생각도 전혀 없다. 정말 단지 트럼프도 모기에 물리면 가렵단 걸 알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질문을 살짝 바꾸면 트럼프를 머릿속에서 버리고 오히려 모기를 바라보게 됐다. 에프킬라를 버리고 모기를 살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기는 트럼프를 물까?”

아무래도 이번 질문에는 대부분 쉽게 대답했다. 정리하자면 이랬다.

“물겠지. 트럼프가 트럼픈지 미국의 대통령인지 모기 입장에서 알 게 뭐야. 그냥 사람이고 피지.”

심지어 누구는 그랬다.

“물려도 너보단 많이 물리겠지. 좀 좋은 걸 먹고살겠냐. 모기도 건강한 피를 먹는다잖아.”

모기는 트럼프가 트럼픈지 모른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모기에 물리는 상황은 미지수였지만 모기가 트럼프를 무는 모습은 너무나 쉽게 그려졌다. 그럼 결과적으로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는 모기가 아닌가. 분명 트럼프도 강한 사람인 건 맞다. 그러나 전자의 질문에선 둘의 힘이 비등비등해서 승자를 명확하게 예상할 수 없었지만, 후자의 질문에선 모기가 트럼프를 이겼다. 결국 모기는 1무 후 1승이니 얼추 완벽히 승리했다.

또한 모기는 나보다 트럼프의 피를 좋아할 거라 여기는 편이 과학적으로도 정당했다. 집만 봐도 그가 나보다 더 좋은 걸 먹고, 더 좋은 곳에서 자고, 심지어 더 좋은 변기에 싸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트럼프에게 대패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자. 트럼프는 나보다 훨씬 강하다. 그런 트럼프를 모기는 압도적으로 이긴다. 따라서 모기는 언제나 강강약약으로 비행할 것이다. 강한 존재에겐 강하고, 약한 존재에겐 약하게 스치며. 분명 내가 에프킬라를 버린 이후로 나는 모기에게 물리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는 모기에 물렸다. 아니 모기는 트럼프를 물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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