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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Mar 25. 2022

그것은 소리였다

1


또르륵. 데굴데구르르.


그것은 소리였다. 눈물이 보드라운 살결의 굴곡을 따라 우아하게 흘러 떨어지는 소리. 뺨이 그리는 곡선은 눈물을 떨구기에 너무나 적합한 그것이고, 민수는 규리가 그렇게만 저를 위해 꼬옥 울어주었으면 했다.


민수는 하루 이십사시간 티비 광고를 하는 그 눈물을 흘리는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제 것이었으면 했지만서도, 그것이 규리가 아니라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언젠가 업그레이드 패치가 나오겠지, 하면서, 그 전까지는 눈물 없이도 제 규리를 사랑할 수 있겠다 스스로 되뇌었다. 규리는 때로 자주 슬픈 표정을 지었고 민수는 어쩌면 그것으로 지금으로는 충분하는지도, 하고 생각했다.



2


민수는 한 달 전쯤에,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을 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할지, 안 했다고 해야 할지. 그건 민수 자신도 아무리 솔직해져봤자 모른다. 어차피 어떤 행동을 취해도 이 복잡한 도시의 거리 사이로 쏜살같이 사라져 희미해져버린 그 고양이는 절대 되찾지 못할 존재로만 같았다. 민수는 사라진 고양이를 찾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저 자신에 대한 죄의식과 자기혐오가 있다. 한창 그러할 때에, 민수는 규리에게 그것에 관해 풀썩, 털어놓았다. 규리는 아주 안타까워했다.


저런, 정말 안 됐군요, 민수씨. 하지만 인간은 그럴 수 있어요. 인간은 아니지만, 저 역시 그러했을 거랍니다, 무력감은, 많은 것을 그저 내려두도록 부추기니까요.



3


민수는 백화점에 갔다가, 티비에서 하루 이십사시간을 광고를 하는 그 기능이 탑재된 로봇트의 샘플 테스트 오픈 간판을 보았다. 그래서 제 발길이 닿는 대로 한번 가보았다. 할 만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기억이 난, 고양이를 잃어버렸으나 되찾기 위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해버렸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수희는 ...


또르륵. 데굴데구르르. 그것은 소리였다. 눈물이 보드라운 살결의 굴곡을 따라 우아하게 흘러 떨어지는 소리. 뺨이 그리는 곡선은 눈물을 떨구기에 너무나 적합한 그것이고, 민수는 규리가 그렇게만 저를 위해 꼬옥 울어주었으면 했다. 물론 민수는 눈물을 흘리는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제 것이었으면 했지만서도, 그것이 규리가 아니라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었다. 언젠가 업그레이드 패치가 나오겠지, 하면서, 그 전까지는 눈물 없이도 제 규리를 사랑할 수 있겠다 스스로 되뇌었었다. 규리는 때로 자주 슬픈 표정을 지었고 민수는 어쩌면 그것으로 지금으로는 충분하는지도, 하고 생각을 했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 도대체 왜 울어? 민수는 그 어떤 감정보다도, 수희의 눈물을 납득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당황하여 물었다. 그러자 수희가, 이러는 것이다.


민수님, 제가 어느 날 방황을 하느라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에도 민수님은 그 무기력함에 압도되어서 저를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 아니에요. 저는요, 그 일을 생각하면은 꼭 이렇게 슬퍼져요. 그래서 눈물이 난답니다.


민수의 두 눈은 더더욱 크게 벌어졌다. 눈이 뜨인 그런 감각으로. 민수는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저기요, 제 차례예요, 이제 나오세요, 시간이 다 되었대요, 그래서 민수는 결국 걸음을 뗄 수가 있었다, 억지로.



4


민수는 졸려운 이 밤에도 눈을 뜨인 채로 꾸벅꾸벅 잠을 설쳤다: 외로움을 타고난 인류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선물이 있을까.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나의 로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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