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공포

01

by 진혁

외마디의 비명소리!

터질 것 같은 스쿠터 배기음처럼, 욕실 문을 두드리는 빠르고 강한 소리에 놀라, 샤워하던 나는 아담의 모습으로 뛰쳐나왔다. 처음 보는 기이한 자세로 잔뜩 웅크리고 있던 아내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외계어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귀에 벌레가 들어갔어!"


처음에는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벌레가 들어갔다고!"


아내의 목소리가 성난 고양이처럼 매우 앙칼지고 사나웠다.

이럴 땐 최대한 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익히 몸으로 알고 있던 터라, 허겁지겁 옷부터 걸치고, 술을 찾기 시작했다. 알코올로 벌레를 익사시켜 꺼낸다고 어느 방송에서 들었기 때문인데, 맞는 방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좋은 날을 위해 3년 동안 애지중지 보관해 오던 수정방을 팬트리에서 꺼냈다. 알코올 도 수가 높은 술이라서 체온에 금방 증발할 것이고, 위스키로 상처를 소독하던 웨스턴 영화에서 처럼 살균 효과도 있을 거라 믿었다.


[맞겠지?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뭐지?]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다.

분명히 잘 될 거라 되뇌며 수정방 마개를 돌렸다.


"다다 딱 "


병마개를 옥죄고 있던 결박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구속에서 해방된 수정방은 어느 전설 속 요괴처럼, 마법의 향기로 나를 롱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입안에 군침이 고이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신 차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외침!

정신을 다잡고, 벌레가 들어간 아내의 귓속에 술병을 기울였다.


"악!"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서 들릴 법한 괴성을 지르며, 아내는 발을 구르고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었다. 심지어 욕까지 서슴지 않았기에 상황이 아주 심각했다.


[X 됐다...]


나이 든 강아지처럼 한쪽으로 고개를 떨군 아내를 부축해 응급실이 있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차를 달렸다.

코로나 시기 병원 응급실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기시간이 길고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멀쩡 했던 사람도 화병이 날 상황이었다.

접수처 직원이 얼굴도 안 보고 진료신청서를 쓱 내밀었다. 과묵해 보이는 아저씨는,


"무슨 진료받으러 오셨어요?"

"귀에 벌레가 들어갔어요."

"네?"

"아내 귀에 벌레가 들어갔어요"

"......"


직원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슬쩍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진료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어려웠다. 고통받는 아내를 위해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타들어가는 속은 어쩔 수가 없었다. 구시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그 마저도 지칠 무렵, 아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응급실 한편 파티션 너머로 보이는 여자가 아내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고, 그 내용을 컴퓨터에 바로 업로드하고 있었는데, 벌레를 꺼낼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다시 기다려 달라는 말...

허우대 좋은 남자 인턴의 부름으로, 간의 침대가 있는 진료실에 들어갔다. 귀안에 벌레가 있다는 말이 안 믿겼는지, 아내 귓속을 이리저리 들여다 보고 진료실을 들락날락하며 기구도 넣어보고 하더니, 해결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했다.

결국, 접수처 직원의 도움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는 3층으로 이동했다.

경험 많아 보이는 의사는 벌레의 정체를 확인하였고, 아내를 안심시키며 간단하게 귀에서 커다란 벌레를 꺼냈다.

환호와 갈채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했다.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 그 고생을 했다니 허탈감이 밀려왔지만, 아내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 되었다.

아내를 괴롭혔던 벌레는 여름 철에 많이 보이는 풍뎅이과 등얼룩풍뎅이였다. 위험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틈이나 구멍에 숨어드는 성향이 강한 종인데, 이 커다란 벌레가 어떻게 귀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궁금증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고단한 여름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