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는 태우의 뺨을 힘껏 갈겼다. 불시에 일격을 당한 태우가 충격이컸는지 뒤로 휘청거렸다. 연두가태우에게 다가서며묵직한 주먹을 날리자 태우가몸을 기울이며 아슬하게주먹을 피했다.연두는 비웃는 표정으로 어깨를 푸는듯한 동작을 보이더니, 재차 태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태우는 주먹을 막는 듯하다가, 팔을 당겨업어치기로 상대를 바닥에 꽂아 버렸다.
테이블이 부서지고 파편이 튀며, 일순간 실내가 난장판이 되었다. 통증이 심했는지 일그러진 얼굴로일어선 연두가품에서 사시미를 꺼내 들었다. 대치한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날카로운 칼끝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지만, 태우는겁먹거나 물러서지 않았다.기회를 엿보던 연두의칼날이 태우가슴 쪽을 향해날아들었다. 위기의 순간을 몸이 느꼈던 걸까? 동물적 반응으로 칼을 피한 태우가 연두의 팔을 강하게 잡아챘다. 연두의칼이 주인 잃은 맹견처럼 허공을 맴돌다 바닥을 나뒹굴었고, 태우는 날렵한 발차기로 연두의 턱을 걷어찼다. 회전한 드라이버가 공에 충돌하는 임팩트한순간처럼,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연두가 바닥으로고꾸라졌다.
태우가 숨을 고르더니, 바닥에 떨어진 연두의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기세 좋게 한마디 했다.
"상수에게 물어볼 게 있다. 얌전이 있다가 갈 테니까 더 이상 건드리지 마!"
태우가 상수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자 상수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상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칼끝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날 속인다면, 뼛속까지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기철이 어디 있어?"
"몰라... 요"
태우가 상수의 눈을 응시했다.
"모른다는 놈이 왜 도망갔어?"
"그거야 짭새인 줄 알고..."
"너, 기철하고 한패지?"
"예? 내가 왜? 나는 그런 놈하고 질적으로 달라요! 그놈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아주 무서운 놈이야. 어쨌든, 나는 한패도 아니고, 그놈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건물에서 나온 상수는차가운 바람이 머물다간 거리로 나섰다. 태우가 어둠속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수가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출발하자, 태우는 황급히 자신의 전기 바이크에 올라 뒤쫓기 시작했다. 상수의 차가 멈춘 곳은 도시 외곽의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창고형 건물 앞에 주차를 한 상수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태우는 블라인드로 가려진 유리창 틈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물 안을 살폈다. 조명 시설과 촬영 장비 같은 게보였는데, 가벽들이 많아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상수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태우는 지켜보고 있었다.
상수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태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그를 덮쳤다. 상수를 힘으로 제압한 태우는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