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혁 Dec 20. 2023

핑크미라지

09

1년 전)


실내는 드라마 촬영스튜디오처럼 꾸며져 있었다. 사내는 상수를 앞세워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접근했다. 조명이 떨어지는 침대 위에 앳된 소녀가 벌거벗은 채 쪼그 앉아 있었고, 남자가 손가락질하며 소녀를 무섭게 질책하는 것이 보였다. 촬영세트 바로  놓인 패브릭 소파에는 노출이 과한 소녀들이 여러 명 앉아 있었, 하나같이 생기를 잃은 얼굴었다.


"뭐야 저거?"


핑크미라지 웹사이트 주소가 적힌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보던 남자가 상수를 앞세워 들어오는 사내를 발견하곤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시선이 이들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상수가 사내의 손을 뿌리치며 그들 무리 속으로 달려가 숨어 버렸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상수에게 물었다.


"저 놈 니까?"

"몰라, 미친놈이야!"


사내가 성난 눈빛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아이들 집으로 돌려보내!"

"뭐래? 미친놈 맞네. 너 죽고 싶냐?"


팔과 다리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험악한 표정으로 사내를 제지하자, 사내가 손을 벋어 그의 얼굴을 밀쳐버렸다. 발끈한 남자가 욕을 내뱉으며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고, 사내 흥분한 상대의 공격을 피해 얼굴에 원, 투 주먹 벋었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남자에게 다가선 사내가 그의 멱살을 잡더니 순식간에 업어치기로 상대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고통스러워 신음하는 동료를 본 남자들이 소리 지르며 사내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표정, 동물적인 감각, 군더덕이 없는 동작으로 사내그들이 휘두르는 흉기 한 놈씩 바닥에 쓰러뜨렸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팔이나 발목을 꺾어 버렸다.

사내의 기세에 눌린 남자들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사내는 쓰러져 있는 사람 중에 상수와 이야기했던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가까이 잡아당겼다.


"너희는 가족도 없냐? 어떻게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짓을 해."

"우리가 뭘 하든 상관할바 아니잖아. 네 멋대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것은 그렇게 안 될 거야."

"기철 어디 있어?"

"무슨 헛소리야. 그놈이 누군데?"


사내가 남자의 손가락 하나를 꺾었다. 소리 지르며 고통스러워하 남자에게 사내가 다시 물었다.


"기철이 어디 있어?"

"몰라. 누군지 모르는데 그 새끼 어딨는지 어떻게 알아!"

"상수는 여기 왜 왔어?"

"상수? 김사장이 왜? 사고 쳤어?"

"잔말 말고 대답해!"

"김사장은 사업파트너니까 왔지."


사내 주변을 훑어보았으나, 상수는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 열쇠 어디 있어?"


남자는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다른 사람을 가리켰고, 사내가 그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차키 내놔!"

"미친놈..."


사내가 꺾인 팔을 더 비틀자 남자가 소리 지르며 주머니에게 차키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고, 사내가 키를 들고 소녀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중에 운전할 줄 아는 사람?"


소파에 있던 녀들 중에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이름이 뭐니?"

"사사"


사내는 사사에게 차키를 건넸다.


"사사, 아이들과 이 차 타고 여기서 멀리가. 그리고, 모두 집으로 돌아 가."


차 키를 받은 사사머뭇거리자 사내가 가라고 소리쳤. 사사는 소녀들과 서둘러 스튜디오 빠져나갔다. 사내는 테이블 위에 있던 지포라이터의 뚜껑을 열고, 불꽃이 피어오른 라이터를 침대 위로 던졌다. 보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옆으로 번지며 불기둥이 르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연기를 피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기 시작했다. 건물 밖에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져 있었는데, 울고 있는 여자 아이들 곁에 사사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 사사를 해한 것으로 보이는 칼 든 남자가 살기 띤 눈빛으로 사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타오르는 분노를 제어할 수 없었던 사내 빠르게 지면을 박차고 라, 현란한 발차기 칼 든 남자바닥 굴복시켰다. 입가의 피를 훔친 남자가 옆에 있던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날카로운 칼날을 소녀 목에 들이려 하, 사내가 머뭇거림 없이 몸을 날려, 맨손으로 칼날을 잡았다. 팽팽한 긴장감에 맞잡은 손이 떨려왔다. 남자 몰래 꺼낸 또 하나의 비수가 사내의 허벅지를 깊이 파고들었고, 살기놀란 사내 상대방의 얼굴을 머리로 힘껏 들이받았. 코피가 터지며 쓰러졌던 남자가 떨어진 칼을 다시 집으려 하자, 사내는 저항하지 못할 때까지 그에게 린치를 가했다. 벽에 기대어 앉은 사내는 자신의 허벅지에 박혀있는 칼을 뽑아 바닥에 던지며 고통스러운 듯 상처를 손으로 감다.

어둠을 뚫고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강 유조 형사였다. 그는 정 기철에 대한 수사를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고, 태우 아들에 대한 사건도 잘 알고 있었다.


"태우 씨, 이제 그만하시죠. 기철은 제가 꼭 잡겠습니다."


태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강형사가 그를 따라갔지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강형사는 피 흘리고 있는 사사의 상태를 살피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태우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 있었다.



10에서 계속

이전 08화 블라인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