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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Dec 13. 2023

블라인드

08

1년 전)


"이봐,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나? 그냥 즐겨!"

"누님, 이게 즐긴다고 될 문제야?"

"까칠하긴..."


 밖에 있던 남자가 쓰러지며 요란하게 문이 렸고, 사내가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태우였다.


"아이씨"


상수가 태우를 보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했다.


"저 놈이야?"


상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앞으로 나섰다.


"터프가이 아저씨, 남의 업장에 와서 행패 부려도 돼요? 여기 아무나 들어오는데 아니야. 아저씨 혼자야?"

"상수 어디 있어?"

"말로는 안 되겠네. 연두야!"


여자가 눈치를 자, 체구가 큰 남자가 태우 앞을 막아섰다.


"비켜라. 난 상수만 데려가면 되니까 신경 꺼!"


태우가 한 손으로 덩치 큰 연두의 어깨를 밀쳤다.


"이 새끼가!"


연두는 태우의 뺨을 힘껏 갈겼다. 불시에 일격을 당한 태우가 충격이 컸는지 뒤로 휘청거렸. 연두가 태우에게 다가서며 묵직한 주먹을 리자 태우 몸을 기울이며 아슬하게 주먹을 피했다. 연두는 비웃는 표정으로 어깨를 푸는듯한 동작을 보이더니, 재차 태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태우주먹을 막는 듯하다가, 팔을 당겨 업어치기로 상대를 바닥에 꽂아 버렸다.

테이블이 부서지고 파편이 튀며, 일순간 실내가 난장판이 되었다. 통증이 심했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일어선 연두가 품에서 사시미를 꺼 들었다. 대치한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날카로운 칼끝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지만, 태우 겁먹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기회를 엿보던 연두 칼날이 태우 가슴 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기의 순간을 몸이 느꼈던 걸까? 동물 반응으로 칼을 피한 태우가 연두 팔을 강하게 잡아챘다. 연두 칼이 주인 잃은 맹견처럼 허공을 맴돌다 바닥을 나뒹굴었고, 태우는 날렵한 발차기로 연두턱을 걷어찼다. 회전한 드라이버가 공에 충돌하는 임팩트한 순간처럼,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연두가 바닥으로 고꾸라졌.

태우가 숨을 고르더니, 바닥에 떨어진 연두의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기세 좋게 한마디 했다.


"상수에게 물어볼 게 있다. 얌전이 있다가 갈 테니까 더 이상 건드리지 마!"


태우가 상수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자 상수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상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칼끝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날 속인다면, 뼛속까지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기철이 어디 있어?"

"몰라... 요"


태우가 상수의 눈을 응시했다.


"모른다는 놈이 왜 도망갔어?"

"그거야 짭새인 줄 알고..."

"너, 기철하고 한패지?"

"예? 내가 왜? 나는 그런 놈하고 질적으로 달라요! 그놈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아주 무서운 놈이야. 어쨌든, 나는 한패도 아니고, 그놈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건물에서 나온 상수는 차가운 바람이 머물다간 거리로 나섰다. 태우어둠 속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수가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출발하자, 태우는 황급히 자신의 전기 바이크에 올라 뒤쫓기 시작했다. 상수의 차가 멈춘 곳은 도시 외곽의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창고형 건물 앞에 주차를 한 상수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태우는 블라인드로 가려진 유리창 틈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물 안을 살폈다. 조명 시설과 촬영 장비 같은 게 보였는데, 가벽들이 많아서 자세히  수는 없었지만, 상수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태우는 지켜보고 있었다.

상수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태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그를 덮쳤다. 상수를 힘으로 제압한 태우는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여기 뭐 하는 곳이야?"

"대체 왜 나만 갖고 그래!" 

"두 번 묻지 않겠다. 여기 뭐 하는 곳이야?"

"아! 미치겠네. 제작공장이야."

"제작공장?"

"포르노 사이트 운영하는 회사 제작공장이라고. 야동 안 봤어요? 여기서 다 만들어."

"저 아이들은 누구야?"

"연기."

"어린아이들이 포르노를 찍는다고? 네가 데려온 아이들이야?"

"무슨 소리야. 큰일 날 소리 하네. 아니에요."

"여기 왜 왔어?"

"여기 아는 형님이 있어서 왔지."

"들어가!"


사내는 싫다고 거부하는 상수를 앞세워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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