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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Jan 24. 2024

인형의 손

14

". 조용히 해. 여기에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어."


새 가면을 쓴 아이가 수아에게 낯을 가리며 말했다.


"가면은 왜 쓰고 있니?"

"볼까 봐"

"누가 널 보고 있어?"

"아버지... 아버지가 날 볼까 봐 무서워"

"아버지가 괴물이야?"

"아니"

"너, 이름이 뭐야?"


수아가 아이 쪽으로 다가서며 말했으나, 아이는 대답 없이 노란색 킥보드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발을 굴렀다. 수아는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뒤를 쫓았는데, 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들짐승 이겠거니 생각하고 무시했지만,  속에서 어나온 것은 인형이었다. 인형이 살아 움직인다는 게 놀라웠으나, 수아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새 가면을 쓴 아이의 행동 때문인데, 아이는 지나가는 인형 하나를 잡아 대수롭지 않은 듯 가방에 욱여넣었고, 인형이 가방 사이로 손을 휘저으며 빠져나오려고 계속 몸부림치자, 아이는 인형의 팔과 다리를 잘라 다시 가방에 넣는 것이었다. 


"인형이 아파하잖아?"


너무 놀란 수아가 아이에게 말했다.


"인형은 아프지 않아. 나중에 좋은 곳으로 보내줄 거야? 엄마가 나도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어 했어."

"가방에 있는 인형은 어떻게 할 거야?"

"묻어야 해."

"어디에 묻으려고?"

"응, 내가 아는 곳이 있는데, 비밀이야."

"내가 같이 가도 돼?"


새 가면을 쓴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왜 대답이 없어? 같이 가도 돼?"

"안돼!"


아이가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 르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괴물이 오고 있어. 빨리 숨어야 돼!"


바람의 흐름이 변하고 있었다. 멀리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고, 두려움을 느낀 수아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온몸에 검은색 털을 갖고 있는 그것은, 늑대 같은 얼굴에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있었고, 등에는 지느러미 모양의 갈기가 있었으며, 크고 손가락 끝에는 포식자의 손톱이 박혀 있어서, 나무도 잘라 버릴 듯이 매우 날카로웠다. 눈에는 흰자위가 없었는데, 검은색 눈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없었고, 입을 벌릴 때마다 드러난 이빨은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기 충분다.

괴물이 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뭔가를 찾는 듯 보였고, 수아가 숨어있는 나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아는 숨 막힐 듯한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올까 봐 입을 막았다. 나무 앞에 멈춰 선 괴물이 고개를 내밀어 뒤에 숨어있는 수아를 쳐다봤다. 수아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끝"


수아가 기철의 꿈에서 빠져나왔다. 너무 위험한 순간이었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고, 자칫 꿈속에 갇혀 버리게 될까 봐 어쩔 수 없었다. 수아의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서하박사가 수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수아가 괜찮다며, 꿈속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수아의 음성에서 떨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미안해요. 알아낸 게 없어서..."

"너무 위험한 것 같아." 


기철 꿈속이야기를 듣고 서하박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내가 그 꿈속에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수아 혼자는 너무 위험할 것 같아요."


태우가 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철 꿈속에 함께 들어간다고요? 그게 가능한가?"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수아가 입을 열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어요."

"들어갈 수만 있게 해 줘. 나머진 걱정 마."

"기철이 깨어나고 있어요."


병실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기철을 모니터 하던 강형사가 말했다. 세트장 밖에 있던 이들은 서둘러 다음 준비를 했고, 기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1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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