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글쎄. 오며 가며 가끔 한 번씩 보는 거라서... 사는 곳은 모르고, 이길로쭉 가다 보면언덕이 나오는데, 그 언덕아래에 큰 동굴이 있어요, 거기에 한번 가보세요."
두 사람은 농부가 알려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언덕 아래로 내려온 그들은 농부가 말했던 동굴을 찾을 수 있었는데, 마침 노란색 킥보드를 타고 가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를 뒤쫓기 시작했다.한참을 가다 보니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높은 건물들과 알록달록한 상점들이 즐비한 도시 한복판에 오게되었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기철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장소 일거라고 수아는 생각했다. 아이는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쳐 골목으로들어갔고, 수아와 태우도 아이를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은 어둡고 인적이 드물었다. 가면 쓴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기에, 고개를 숙인 채 걸어오는 한 남자에게 수아가 물었다.
"여기 새 가면을 쓴 아이가 지나가지 않았나요?"
남자가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가슴에는 뭔가에 찔린듯한 상처가 보였다.
"다치셨어요?"
"난 괜찮아요. 집에 가야 해요."
"집이 어딘데요?"
"잘 모르겠어요. 생각이 안 나요."
"네?, 그럼 어쩌죠?"
남자가 수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날 이렇게 만든 게 너야?"
"아니에요. 우리는 아이를 찾으러 왔을 뿐이에요."
남자는 말없이 그들을 지나쳐 어디론가 걸어갔다. 수아는 남자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 듯하다고 느꼈다. 그는 기철에게 살해당한 고 준호였다.
"저 남자 기철에게 살해당한 사람이에요. 그 사건 때문에 기철이 잡혔어요."
"자기가 죽인 사람이 꿈속에 살아있다고?"
"기억이에요. 자기가 살해한 사람을 기념품 수집하듯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살해당한 사람들을 모두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거야?"
"잘은 모르겠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기철의 꿈속에 여러 번 들어왔었지만, 죽은 사람을 본 건 저도 처음이에요. 저 남자의 경우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수아와 태우는 눈을 뜨지 못했다. 돌풍 속에서 나타난 괴물이 태우을 공격 했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대처하지 못했던 태우가 발에 차인 깡통처럼 바닥을 나뒹굴었다. 괴물은 한 손으로 수아를 낚아채 하늘로 솟아올라 새처럼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