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무조건 고생

빤짝빤짝했던 나의 10대를 우울한 독일에서

by 돈시맘

내 결정이자 내 인생의 첫 번째 큰 도전이었던 유학. 낯선 독일의 작은 도시, 세 명의 또래 아이들과 같이 사용한 좁은 기숙사 방에서 느꼈던 절망감과 두려움, 낯선 환경, 그리고 온전히 혼자인 시간.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적응이 안 되었다. 언제나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있을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고.


유학 생활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하루하루가 생존과도 같은 싸움. 처음엔 그저 무력감뿐이었다. 세탁물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베개, 이불 커버는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랐다. 한국에서는 혼자서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기에 뭘 하던 나는 다 서툴렀다. 모든 것이 너무나 버거웠고, 내 존재 자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하나하나 배울 수는 있지만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되었다. 해야 한다고 하니 이유를 모른 채 무작정 시키는 대로 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여기서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향수병

밤마다 느껴지는 깊은 외로움과 향수병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 같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집을 향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만 갔고 마음에 깊이 새겨진 향수병의 상처는 점점 곪아져 갔다.


손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고 전화는 한 달에 한 번만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과 친구들과의 연락은 지금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때는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방학. 언제나 한국 갈 날만 기다리면서 학교에서 버티었다. 하루하루를 세면서 비행기 탈 날짜만 기다렸던 나. 기다리는 설렘이 있으면 헤어져야 하는 아픔도 있듯이 방학 때 한국을 오면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는 마음이 자동으로 편안해지는 나.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못하는 독일어를 신경 쓰면서 해야 할 일도 없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 다시 돌아가야 할 때마다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이 있는 한국을 떠나서 왜 사서 고생하는 건지 나 자신도 모를 때가 많았다. 어떤 미래를 위해 이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지. 답이 보이지가 않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다.

혼자 살아남는 법,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웠다. 외로움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어려움은 나의 회복력을 시험했다. 낯선 땅에서 느꼈던 모든 고통과 혼란은 결국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보는 넓은 시각을 선물해 주었다. 고생은 있었지만, 그 고생은 나를 오늘의 내가 되게 한 소중한 디딤돌이었다.


이제는 안다. 집을 떠나 고생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임을.


이전 08화쟤는 돈 없어서 여기서 밥 못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