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by 늘 하늘

한 겨울의 바다는

무섭도록 파랗고 맑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왠지 발이라도 담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다가 손짓한다.

한번 다가와 보라고.


모래 위에 앉아

그 손짓을 보며

손사래를 친다.


가보지 않아도 안다고.

닿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


투덜대며 거칠어 보지만

소용없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경험했고,


못내 아쉬운 듯

애꿎은 파도를 치며

옷소매에 닿아보려 한다.


그럴수록 더욱 빠르게

손을 털고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쓸어내리고

뒤돌아 걸어간다.


지금은 아니다.

적당한 때가 올 것이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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