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들에게 주고 싶은 스토리 푸드 레시피

Ep13. 소불고기 전골

by Eunjung Kim Dec 17. 2022

요즘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앉은자리에서 장도 보고, 필요한 생활용품도 하루 만에 택배로 받을 수 있잖아? 그 편리함에 어찌나 익숙해졌는지 가끔 직접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날에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찾아 담는 것조차도 불편하고 피곤하다고(운동부족..) 느껴질 정도라니까. 또 가끔은 타성에 젖어 온라인 장바구니에   같은 물건을 두 번 세 번 담고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주문 버튼을 누를 때가 있어서 원치 않는 사재기를 하기도. 바로 먹지 않아도 되는 물건일 경우는 다행이지만 억지로 먹어치워야 하는 고욕을 몇 번 치르고 나서 다시금 정신줄을 다잡게 된단다. (그러니 늘 온라인 쇼핑을 할 때는 장바구니를 잘 확인하도록)

보통을 일주일에 두 번 나누어서 온라인 장을 보는데, 월요일은 주로 유제품과 간식류, 과일을 사고(주중에 먹을 먹깨비들 간식), 목요일은 야채, 고기, 밑반찬 만들기용 재료(주말에 해 먹을 요리)들을 주문하는 식이야. 한꺼번에 한 곳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두 번에 나누어 장을 보면 냉장고에 음식들이 상해서 버리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거야.

지난 목요일, 이번 주말에 소불고기 전골을 해볼 생각이라, 불고기감으로 고기를 장바구니에 넣었어.(토요일 아침에 배송 예정) 200 g × 3팩 을 담았다고 생각(확신은 아님;;)했는데 아침에 배달 상자에 달랑 한 팩만 들어있지 뭐야? 배송 착오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온라인 주문서를 확인해보니 웬걸.. 주문서에 딱 한 팩만 있는 거야. 내 잘 못인가, 온라인 장바구니의 농락인가. 믿고 싶지 않지만 영수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장바구니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결제금액도 확인하지 않은 엄마의 실수라고 할 수 있지. 그리하여 결국 4인용 소불고기 전골 대신 야채 가득 넣어 3인분 같은 2인분 소불고기 전골을 먹어야 했지.

다행스럽게도 국물까지 박박 긁어 밥에 비벼먹을 정도로 맛있어서 부족한 양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었네. (사실 아빠와 엄마는 고기 한 점씩만 먹기로 미리 입을 맞춰두었단다)

5살 채원이가 '와, 역시 추운 겨울엔 따뜻한 불고기가 최고지'라는 말을 해줘서 다음에는 꼭 넉넉하게 네 식구가 먹어야지.. 오늘의 교훈을 뼈에 새겨본다.


• 요리 순서

1. 야채를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해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두부도 한 입 크기로 자르다.
2. 당면은 뜨거운 물에 미리 불려 놓는다.
3. 고기를 키친타월로 꾹꾹 눌러서 핏물을 최대한 제거한 뒤 한 입 크기로 자른다.(익으면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너무 작게 자르지 않는 게 포인트)
4. 대파는 고명용은 크게 어슷 썰고 고기 양념용은 잘게 다져준다.
5. 고기에 분량의 설탕을 넣고 단맛이 배이도록 조물조물 섞어준다.
6. 다진 마늘, 다진 파, 분량의 액젓, 참기름을 넣고 섞어준 뒤 30분 정도 양념이 잘 배이도록 방치한다.
7. 냄비에 물 500 ml를 넣고 가다랑어포, 건새우,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내준다.
8. 전골냄비에 양념불고기를 가운데에 담고 채 썬 야채들을 보기 좋게 담는다. 육수를 자작하게 부은 뒤, 전골 양념을 골고루 뿌려준다.
9. 센 불에서 끓이다가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국물을 야채에 끼얹어 익혀주다가 불린 당면을 넣고 고기와 함께 잘 섞어준다. (국물이 부족하면 남은 육수를 더 부어준다)
10. 두부와 야채가 익으면 고명용 파를 올리고 불을 끈다.
11. 고기와 야채를 먼저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다.

한 주먹 겨우 되는 영롱한 한우 불고기

따끈한 밥에 야채와 고기를 얹어 호호 불어 먹는 네 모습이 참 예쁘다. 벌떡 일어서더니 냄비에서 고기를 찾아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는 너에게 남은 고기 한 점까지 알뜰히 찾아 네 접시에 주고도 흐뭇한 나는 도치 엄마. 고기 양이 아쉬웠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전골 육수에 밥까지 야무지게 비벼먹었으니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고 할 수 있겠지? 기억하렴, 함께 식사를 나누는 그 사람으로 인해 식탁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Ps. 오늘 메뉴를 밀 키트로 판매한다면 이런 문구를 쓰고 싶다.


'고기보다 야채가 더 많지만 건강하고 따뜻한 마법 같은 한 끼, 3인분 같은 2인분 소불고기 전골'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에게 주고 싶은 스토리 푸드 레시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