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몸짓아 어딜 그리 가려하시오.
혹, 바쁘거든 신발이라도 고쳐 매고 가시오.
진실로 바쁘거든 갈 채비 마치고 가시오.
서두르려거든 물 한 잔만 자시고 가시오.
가지 마시오.
이제 당신 향기 퍼져오면
나는 어느 품에 안겨 울어야 하나.
이제 당신 목소리 들려오면
나는 누구에게 통곡해야 하나.
당신 이름 부르는 것 하나 못한다면
또한 나도 더 이상 사람으로 불리울 수 없소.
이런 나 불쌍치 않거든
놀려줄 심산으로라도 떠나지 마시오.
못된 나 가엾지 않거든
업신여길 심산으로라도 멀어지지 마시오.
나 그대를 부르지 못할 자신이 없소.
나 그대를 생각지 않을 자신이 없소.
무심코 뱉은 말에 그대 돌아앉아 울던 때,
그때가 다시 생각나면 나는 나 자신이 미워져
그대에게 죄스러워져 세상에 있을 수 없소.
그러니 가지 마시오.
가지 마시오.
제: 모친상(母親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