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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Jun 29. 2024

일종의 고백


처연한 몸짓아 어딜 그리 가려하시오.

혹, 바쁘거든 신발이라도 고쳐 매고 가시오.

진실로 바쁘거든 갈 채비 마치고 가시오.

서두르려거든 물 한 잔만 자시고 가시오.


가지 마시오.

이제 당신 향기 퍼져오면

나는 어느 품에 안겨 울어야 하나.

이제 당신 목소리 들려오면

나는 누구에게 통곡해야 하나.


당신 이름 부르는 것 하나 못한다면

또한 나도 더 이상 사람으로 불리울 수 없소.


이런 나 불쌍치 않거든

놀려줄 심산으로라도 떠나지 마시오.

못된 나 가엾지 않거든

업신여길 심산으로라도 멀어지지 마시오.


나 그대를 부르지 못할 자신이 없소.

나 그대를 생각지 않을 자신이 없소.


무심코 뱉은 말에 그대 돌아앉아 울던 때,

그때가 다시 생각나면 나는 나 자신이 미워져

그대에게 죄스러워져 세상에 있을 수 없소.


그러니 가지 마시오.

가지 마시오.


제: 모친상(母親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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