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나요? 11화
밤인데도 밝게 빛나는 어느 한 장소, 통창으로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보인다. 그리고 수연 또한 통창이 달린 카페 안에 앉아있다. 저 멀리 보이는 통창으로 나가는 빛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이 운동을 하는 게 보인다. 그녀는 아까부터 그것을 보고 있었으며 지금껏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있다. 특히나 조명이 밝은데 그 속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을 보자면 마치 닭장 속 닭들이 파닥거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연은 앞에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것을 보고 재미난 생각을 하고 있었다가 결국에 약간 새어 나오는 웃음. 앞에 앉은 이가 수연의 시선을 본다. 고개를 돌려 시선의 끝을 본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돌린다. 묻는다.
“뭐가 있어?”
수연은 순간 본인이 감추진 못한 표정에 자책하며 천천히 시선을 앞에 앉은 이에게 맞춘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뇨. 그냥.”
“왜 뭔데?”
그 이는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무언가를 찾는 시늉을 한다.
다시 수연은 고민한다. 앞에 앉은 이가 바라는 수연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가도 사실이 그러한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이상할까 봐 덧붙이지 않은 사실만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헬스장이요.”
“헬스장? 운동 잘해?”
“아뇨 그냥 저게 웃겼어요.”
“어?”
그 이는 다시 돌아본 뒷배경에 헬스장을 발견하곤 무엇이 웃기는 보려고 약간 눈을 찌푸려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건 정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웃은 거야?”
“뭐 그런 셈이죠.”
“뭐가 웃겼던 건데”
“그냥요.”
앞에 앉은 이는 수연을 웃기고 싶어서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고작 헬스장 하나면 웃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상해서 그리고 납득이 되지 않아서 꼬리를 물고 늘어지려 했다. 수연은 아까부터 지겨웠던 상황이 더 지겨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눈을 약간 내리깔고, 손을 가지런하게 두고는
“네”
“아, 뭐 그렇죠”
“잘 모르겠어요”를 반복했다. 앞에 앉은 남자는 눈썹이 흔들렸고, 수연이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을 잠시 멈추고, 숨을 옅게 들이켜고는 본인 앞에 놓인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잔이 비워졌고, 수연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한마디 던졌다.
“목이 많이 마르셨나 보네요?”
“천천히 드세요. 사레들리시겠어요.”
그녀는 그 이가 정말로 걱정되진 않았지만 왠지 그 남자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을 바라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예상이 들어맞았다. 그 남자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게 보였나? 말을 너무 많이 했나 봐 내가 너무 떠들었지? 얘기가 너무 지루하진 않아?”
남자는 짧은 머리를 긁적거리는 시늉을 했고, 잔을 만지려다가 손에 묻은 물기를 바지에 닦았다.
“아뇨 전혀요. 너무 즐겁게 듣고 있어요. 다만 이제 시간이 늦어져서..”
그녀는 거짓말 같지도 않은 능숙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무엇이 재밌는지 모르겠어서 그저 재밌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 남자는 그걸 대화의 결론으로 만들고 싶어 했는지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을 했다. 그녀가 먼저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남자도 뒤를 따랐다. 그리고 둘은 카페에서 나와선 서로의 안녕을 말했다. 그 행동은 수연에겐 습관이었고, 그 남자는 다음의 만남을 바라서였다.
수연은 집으로 돌아가 벌써부터 습해지기 시작한 여름 날씨가 짜증이 났는지 입고 있던 옷을 마치 몸에서 잡아 뜯듯이 벗어던졌다. 그리곤 바로 샤워부터. 그 이후 침대에 앉아 아침에 찾아놓은 자료를 마저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