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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Aug 23. 2024

그대라는 기억



물속  밑에 깔린 닻을 끌어올리듯

이 밤에 당신을 내 기억에서 끌어낸다

그런 그대는, 내게 무엇이었나


어렴풋하게 어림잡기 힘든 풋사랑의

그대는 내게•••


향기, 그댄 내게 향기

그대가 내 앞에 머물 때,

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향기를 맡는 양 그대에게 베어 든다

 

더운 숨, 그대. 내게 더운 숨

그대가 내 안에 차오를 때

가까스로 내쉴 수밖에 없는

그저 더운 숨을 내쉬는 그만큼 벅차게 하는 그대


땅. 그대는 내게 땅

그대가 내게 있을 때

밀어내려 해도 밀 수 없는

그저 자그마한 발을 그 위에 올려놓게 하는 그대


태양, 그댄 내게 태양

그대가 내게서 보이지 않을 때,

그대가 없는 자리에 멈출 줄 모르는 비가 온다.


아, 섬광증같이 보이는 그대

내게 향기, 더운 숨이었던 그대

나에게 땅, 태양이었던 그대

그대는 내게 감각, 그대는 내게 세상.


그대여. 내 세상이여.

끌어올린 닻으로, 내 기억으로 그대.

그대라는 배를 이제야 보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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