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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i Mar 13. 2024

[발리/우붓] 어떤 요가원이 나에게 맞을까 3

가장 기대를 안 했을 때 오는 만족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우붓에서의 마지막날에 선택한 요가원은 'Intuitive Flow'.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요가원 중 하나이기도 했고, 며칠 전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은 기억이 났다. 아침 요가에 가기 위해서 일찍 길을 나선 나는 중간에 한 카페에 들러 간단히 브런치를 먹었고, 두둑한 배를 튕기며 요가원으로 향했다.


가장 저렴하길래

계단을 오른 뒤에야 도착한 요가원. 요가원에서 아래의 풍경이 내려다 보일 정도로 뷰가 좋았다. 수업이 시직 되기 전 등록을 하는데, 이게 웬일인지 그동안 갔던 요가원 중 가장 저렴했다. 그것도 30K씩이나. 뭔가 횡재한 기분이 들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업에 대한 기대치가 살짝 낮아졌다. 저렴한 데는 저렴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보편적인 생각.


뷰가 좋아

수업 시간이 거의 다다르자 위층의 샬라로 올라갔고, 올라가자 보이는 우붓의 전경. 2층 샬라는 4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어서 저 멀리 바투르산까지 볼 수 있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매트 위에 앉아서 몸을 풀고 있었고, 나도 한 자리를 찾아 그 위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날인게 너무 아쉬워

수업이 시작되자 느껴지는 선생님의 아우라.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가이드되는 기본적인 동작들로 구성된 젠틀 플로우 수업이었다. 한 시간 반가량이 되는 수업동안 선생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집중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아니, 놓아지지 않는 어떤 끈 같은 게 있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우붓에서의 마지막날이었던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요가 강사로 일하면서 항상 어떤 압박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완벽하고 싶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요가 수업을 들으며 깨달은 게 있다. 가끔은 실수를 하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내가 앞에 서서 길을 안내하는 것이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가끔은 나란히 함께 걷기도 하고, 내가 뒤로 가서 밀어도 주면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 요가, 아니 요가를 통해 삶을 또 한 번 깨달았다.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동안 보이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길을 걸어가지만 결국은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는 그 길을 먼저 걸었고, 또 누군가는 나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삶의 속도. 나는 한동안 이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문득 나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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