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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i Mar 14. 2024

[롬복/길리] 첫 섬 경험

난생처음 섬으로 여행을 갔다


우붓에서 바이크를 불러 타고 파당바이라는 지역으로 갔다. 길리 아일랜드 중 하나인 길리 트라왕안에 가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는 파당바이에서 나는 하루를 묵었다. 작은 동네라서 숙소들은 시내에 모여있었고, 시내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한 중심가에서 밥을 먹고 숙소에서 쉬었다.


멀미 중에 제일 심한 것은 배 멀미더라

다음날 아침에 전날 미리 예매해 둔 페리를 타러 갔다. 멀미가 있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두근거렸나 보다. 페리가 항구를 떠난 뒤 10분 동안은 즐겁게 바깥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시간 반정도가량을 시체처럼 죽어있었다. 차멀미, 비행기 멀미보다 더 심했던 배 멀미를 난생처음 경험한 끝에야 길리 트라왕안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첫 섬 경험

처음 몇 분은 목 끝에서 올라오는 시큼한 무언가를 안으로 다시 밀어 넣으려 작은 돌부리에 앉아 계속 침을 삼켰다. 그것도 잠시 나의 배낭이 페리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소라게처럼 다시 나의 집을 등에 붙였다. 땅을 한 발씩 단단히 눌러낸 뒤에야 섬의 입구에 다다랐고, 이렇게 나의 첫 섬 여행이 시작되었다.


길리 아일랜드는 총 3개로 구성이 되어있다.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길리 에어). 그중 가장 크고 붐비는 곳이 길리 트라왕안이다. 섬에 들어서자 보이는 마차들과 자전거, 그리고 해변가에 줄지어선 식당들과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이게 바로 섬 여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과

이곳에서 지내는 내내 빌린 자전거로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해변가를 따라 이어진 길을 매일같이 달렸다. 달려도 달려도 질리지 않는 바다에 매료되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이러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양치를 한 뒤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자전거를 타고 일출을 볼 수 있는 카페로 간다.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떠오르는 해와 타오르는 파도를 바라본 뒤에 숙소로 돌아가 씻고 쉬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스노클링을 하며 해변가를 서성거리고 저녁을 먹은 뒤에 이번에는 일몰을 볼 수 있는 해변가로 달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별거 없지만 매일이 작은 일상들로 풍요로웠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일출과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고 느낄 정도였고, 나아가 부자가 된 것 같기도 했다. 파티 아일랜드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저녁의 식당가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나는 그들을 뒤로한 채 열 시 즈음이면 잠이 들곤 했다.


불안감과 안정감

가끔씩 친구들과 시간을 내어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가는 날도 있었지만 나는 나만의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았다. 장기로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했던 것은 나의 일정한 루틴을 매일 반복하는 일. 그것이 내가 지치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어디서 지내더라도 나만의 집을 옮겨가는 느낌이랄까. 공간은 바뀌어도 나 스스로가 나의 집이 되는 듯한 느낌. 불안감과 안정감의 사이에서 내가 중심을 잡으며 서 있을 수 있던 힘이었다.


더 자세한 여행기는 유튜브 채널 [dahi min]

https://youtu.be/-sKiBppvNU4?si=M9qHr1VlF7U21_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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