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공부의 한계
실업계 출신 중 과거에 공부를 못했던 사람은
수업 시간 중 부사관 교관이 나에게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이남호 하후생!”
“예!”
“공문서를 결재할 때 전결과 후결의 차이점이 뭔지 설명해 보아라.”
하지만 나는 답을 몰랐기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남호 하후생! 너 신분전환 출신이지?”
“예… 맞습니다.”
“내가 그동안 교관 생활 하면서 실업계 출신과 인문계 출신을 많이 교육해서 잘 아는데… 실업계 출신 중 과거에 공부를 못했던 사람은 대부분 좀 이해력이 떨어지고 행정직에서도 지급이 안되어 만년 중사로 제대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 같아. 물론 아닌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반대로 인문계 출신은 실업계 출신보다 대부분 이해력도 높고 똘똘해서 통계치로 보면 행정학교에서 성적이 5% 이내 들었던 거 같아. 또한, 실무에서도 아주 일을 잘하고 연근속 1차 진급을 많이 하는 거 같아. 나 또한 실업계 출신이지만 정말 하후생 때 열심히 공부해서 1등하고 실무에서도 근무평정이 좋아서 200명 지원해서 2명 뽑는 교관에 선출됐다. 특히, 행정직은 문서작성은 기본이고 그외 한자, 국어 이해력, 추진력, 꼼꼼함, 사회지능이 매우 필요한 직렬이야. 나중에 실무에서 군함을 타면 장교, 부사관, 수병 해서 수백 명을 관리하고 함장에게 직속 보고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행정부사관이 지식이 없고 멍청하면 그동안 행정 선배님들이 쌓은 공을 네가 얼굴에 똥칠을 하는 거야. 너희 선배들 중 실업계 나왔지만 인문계 출신보다 더 열심히 해서 1차 진급으로 준사관 까지 진급하여 현재 해본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분도 계셔, 이남호 하후생도 실업계라서 멍청한가? 만약 그렇다면 다른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 뜻을 모르나? 더구나 수병에서 부사관으로 왔다면 더 열심히 해야지. 부끄럽지도 않나? 이렇게 성적도 안 좋고 이해력이 떨어질 거 같으면 행정직은 왜 왔나? 여긴 무식하고 이해력 떨어지면 실무에서 수병들에게 조차 무시당하는 곳이야!”
그때의 내 심정은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정도였다. 부사관 교관은 나에게 출신 고등학교를 물었고, 나는 부산 경남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학교는 똑똑한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간 교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아무래도 실업계와 인문계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들과 겨루려면 나는 더욱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나는 공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증이 생겼다.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을 몰랐다. 과거 고등학생 때 교관이 말한대로 나는 늘 공부에 대한 노력은 많이 했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단과학원도 다녔지만 기초가 부족해서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적이 많았다. 이후 나는 공부방법에 대해서 무의적으로 주눅이 들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특히, 행정 임용후에도 기본적인 상시, 지식에 대해서 이해력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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