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보라
“너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한 번쯤 듣거나 해 본 말일 것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도 새로운, 의외인 모습에 놀랄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사실 스스로조차도 가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나오거나 새로운 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어필해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늘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그날 우리의 기분에 따라서도 보이는 면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낯을 가려 처음엔 조용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활발해지는 나의 경우 어떤 사람에게는 조용한 사람, 어떤 사람에게는 활발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집과 같은 편안한 공간에서의 나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도 다를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나의 밝은 면이 조금 더 보이고 기분이 우울할 때에는 차분하고 어두운 면이 조금 더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면은 서로 달라 보일지라도 모두 우리다. 상황과 장소, 기분 등에 따라 우리 안에 있는 수많은 면 중 특정한 부분이 조금 더 드러날 뿐 그 모든 면은 모두 우리의 일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우리이기에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 또는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이 더욱더 재미있는 일로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이제 볼 꼴, 못 볼 꼴 다 봤다고 생각해도 사실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알 수 없다. 그 사람에게 어떤 모습이 있는지 다 알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가깝게 살아온 나 자신도 가끔은 나를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면’들이 얽혀 있는 것이 우리이기에 상대방을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우리는 상대방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고, 그를 알아간다는 것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면이 있을 수 있다. 나 스스로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다. 이것은 ‘사람’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로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을 특별하고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우리 스스로와 상대방을 알아가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