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약한 토토로
우리 사회에 전염병이 퍼지면서, 사람 사이에 새로운 면이 생겼다. 우리는 직접 만나기보다 컴퓨터 화면을 두고 얘기를 하고, 만나서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한다. 선이나 점과 달리 면은 넓이를 갖기에 그 뒤에 무언가를 숨길 수 있다. 우리는 면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탈을 쓰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연극을 했었다. 탈이라는 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다음에야 양반들에게 평소 못다 한 말들을 할 수 있었다. 양반들의 위선적인 낯 뒤에 숨겨진 진짜 그들의 모습을 탈을 쓰고서야 비로소 풍자했다. 민중들은 삐뚤어지고, 울퉁불퉁하고, 주근깨 가득한 우스꽝스러운 탈을 썼을 때 비로소 양반들인 양 그들의 허영을 비웃고 조롱하며 풍자했다.
근세 전후로 유럽 대륙 전역에서 귀족들은 자신을 숨긴 채 춤추고 노래하는 가면무도회가 유행했었다.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베네치아의 카니발에서 사람들은 화려한 가면과 복장을 입어 스스로를 가린다. 화려한 면 뒤에 숨은 그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춤추고, 노래한다. 가면 뒤에서야 비로소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평소라면 내보이지 않았을 내 생각을 닉네임 뒤에 숨어 꺼내고 있다. 사람 사이에 새로운 면이 생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스크는 얼굴의 반을 가린다. 우리는 얼굴을 보고 서로를 인식할 만큼 얼굴은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우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우리의 면이다. 우리의 면을 가리는 것이 우리 정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마스크를 벗을 때 창피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가로 20cm, 세로 10cm밖에 되지 않은 작은 면 뒤에 우리를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이 탈을 쓰듯, 베네치아인들이 가면을 쓰듯, 우리도 마스크 뒤에 숨어 더 솔직한 우리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