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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8호 면 18화

[오아시스] 면, 모여야 완전해지는 것

송도지박령

by 상경논총

면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음식으로서의 면, 행정구역으로서의 면, 도형으로서의 면 등 우리는 면을 여러가지의 의미로 사용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이러한 다양한 의미들 중에서 도형으로서의 면에 초점을 두고 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다.


모두 초등학교에서 도형에 대해 배울 때 이러한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면이 된다. 그리고 면이 모여서 도형이 된다.” 이것의 표면적인 의미는 점, 선, 면, 도형의 기하학적 관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점, 선, 면, 도형 모두 서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가 없거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선, 면, 도형은 각각 점, 선, 면이 없으면 공간상에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점도 혼자서 그 자체로 존재할 수는 있으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0차원의 존재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서로가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하고 의미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흔히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한다. 이는 인간은 마치 점처럼 혼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령 존재할 수 있더라도 그때의 인간은 매우 연약하고 파편화된 존재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속한 가족, 사회, 국가 모두 점들이 모여 선, 면, 도형으로 구현된 것으로 동시에 우리는 그 속에서 실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은 기존의 선, 면, 도형을 매우 작은 점의 단위로 쪼갰다. 그리고 사람들은 작은 하나의 점이 되면서 의도치 않게 다양한 사회적 구성체로부터 독립되었다. 독립은 일반적으로 자유의 의미로 이해된다. 그런데 사회적 구성체로부터의 독립은 역설적이게도 개개인의 고립을 야기하여 개인이 사회로부터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제약했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서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교류를 다시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면서 파편화된 점들이 다시 선, 면, 도형을 구성할 여지가 생기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파편화된 상태 즉 혼자인 것이 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때문에 사회적 존재로서 기능할 때 비로소 인간 본연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점에서 벗어나 선, 면, 도형 즉 0차원에서 1차원, 2차원, 3차원 혹은 그 이상의 고차원적 존재로서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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