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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5호 물결 12화

[특집글] 샐러디 창업자 이건호 대표님 인터뷰

편집부원 류정민, 수습부원 구나윤, 수습부원 신혜빈

by 상경논총

상경논총 95호는 성공적으로 창업하신 연세대학교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많은 상경대 학생들의 꿈인 창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대학 생활에서는 어떻게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특집글을 기획하였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국 최초의 샐러드 전문점이자 건강한 외식을 이끈 샐러디를 창업한 이건호 선배님(사회 08)을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모토를 가지고 2013년 선릉역의 작은 골목에서부터 시작한 샐러디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샐러디를 창업하게 된 스토리를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창업하게 된 계기와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 연고대 연합 창업 학회인 ‘인사이더스’에서 활동했어요. 거기서 같이 하는 친구와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제가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본 샐러드 전문 가게들이 생각이 났죠. 2013년 당시 미국에서는 샐러드 가게가 막 생겨나고 있는 시기였는데, 한국에는 샐러드 전문점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미국에서 유행하는 식음료 트렌드들이 한국에 조금 늦게 오니까 한국에서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학교 다닐 때 했어요.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고 선릉역에 1호점을 냈어요. 어디에 1호점을 낼 지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선릉역과 이대역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죠. 그 결과 직장인들께서 대학생들보다 샐러드 구매의사에 대한 반응이 훨씬 좋아서 1호점을 선릉역에 내게 되었어요. 이후에는 학교에 복학해서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연세대점의 경우 2-3년차 정도에 오픈했는데, 그때 제가 복학해서 연세대점에서 일하면서 수업도 듣고 그랬습니다.


다만 대학생 신분에서 창업을 하다보니 자금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사업을 할 때 돈이 필요한데, 당시에는 IT 사업 같은 게 아닌 식당 하나를 만드는 데에 투자를 받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우리 돈으로 창업을 해야 하는데, 학생이니까 돈이 없고, 그런 게 단점이었죠. 장점이라면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하는 것보다는 어릴수록 훨씬 용기가 잘 나는 것 같아요. 했다가 잘 안 됐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시간도 더 길기 때문에요. 그래서 주변에 창업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는 빨리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요.



창업만의 매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창업 과정에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창업의 매력에 대해 말해보자면, 저는 원래 일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일을 평생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솔직히 일하기 싫잖아요.(웃음) 그렇다보니까 어차피 일을 해야 한다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거기에 제일 좋은 게 창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결정하는 대로 일이 만들어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하나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다기보다는, 걱정 없이 경제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 있고 싶다면 창업이 경제적인 보상이 더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막상 해보니까 실제로 다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창업을 해서 가장 큰 단점은 그만둘 수가 없다는 거에요. 회사는 퇴사할 수 있지만 창업은 그럴 수가 없거든요. 책임져야 할 직원들도 있고, 경제적인 사정도 있어서 쉴 수도, 멈출 수도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대표라도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도 생각보다 작고, 시장상황이나 거래처 상황 등 많은 제약에 휘둘릴 수 밖에 없어서 회사생활과 마냥 다르지만은 않다고 느꼈습니다.



샐러디의 향후 해외진출 계획이 있으신지, 해외에서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현재 미국, 필리핀, 대만에 오픈하는 것이 확정이 되었어요. 한두달 내에 오픈이 됩니다. 차별화 포인트의 경우 저희가 해외 타 브랜드에 비해 중저가형이라고 생각해요.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가격대에서 시작해 거기를 타겟팅하려고 해요. 생각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프리미엄 급의 브랜드는 많은데 중저가형 샐러드 브랜드는 많이 없어요. 그래서 그게 지금 비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 K Food가 유행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한국 스타일의 샐러드로 어필하고자 합니다. 메뉴도 샐러드에 밥이 들어간 걸 한국에서는 포케라고 부르는데 해외에서는 ‘비빔볼’이라고 부르려고 해요. 김자반 같은 것도 들어가고요. 드레싱도 한국적인 스타일로 들어갑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적인 스타일의 합리적인 가격의 건강한 한 끼로 마케팅하고자 해요.


현재 많은 샐러드 및 포케 전문점이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는데, 샐러디만의 경쟁력/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경쟁력은 제일 먼저 시작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게 생각보다 힘이 크거든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하고, 제일 큰 브랜드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는게 되게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만큼 쌓아온 노하우들도 있잖아요. 저희가 운영한지 10년이 넘었으니까 그동안 엄청 많은 메뉴들을 내면서 소비자 반응 등 축적된 데이터나 노하우가 당연히 다른 브랜드보다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는 다른 브랜드들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접근을 하려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맛의 관점에 있어서도 다이어트식이나 이런 쪽으로 저희는 최대한 어필을 안 하려고 하거든요. 건강한 포인트만 들어가 있는, 생각보다 자극적인 맛들을 추구해요. 왜냐하면 그래야 잘 팔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건강하고 좀 맛없는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결국에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음식도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자극적인 맛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팔도비빔면 콜라보 같은 메뉴들이 잘 팔려요. 저희 매장에서 잘 팔리는 메뉴들이 칼로리가 높은 메뉴들이여서 결국 고객들도 샐러드에 토핑 추가해서 많이 드시더라고요. 그래도 햄버거나 분식 이런 것보다 건강할테니까.



샐러디는 친환경 캠페인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친환경과 건강한 삶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


건강한 삶은 애초에 저희가 브랜드를 만든 목적 그리고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이자 어떻게 보면 회사의 미션이잖아요. 회사의 미션 자체가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들자’거든요. 그러니까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사람들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프라이드가 있어요. 우리가 한국에서 샐러드의 접근성을 높여주면서 사람들의 식습관과 건강에 기여했다고 저는 실제로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고 그런 것 때문에 당연히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은거에요. 친환경도 사실 이 미션에서 시작된건데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리스트를 만들다보면 당연히 환경을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하면 사람들이 즐겁고 건강할수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살려면 환경도 건강해야져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ESG를 한게 아니라 이 미션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목적이었고 그러다보니 ‘환경 파괴를 안 하면서 사업을 할수는 없지만 최소화하자’라는 방향으로 같던 것 같아요.



샐러디라는 브랜드는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을 남들보다 빠르게 선정해 선구안이 있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팁이 있을까요?


사실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은 운의 영역에 가까워서 아이템을 선정할 때의 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주얼라이징이 얼마나 잘 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당시 창업을 하고자 했을 때, 샐러드 외에도 다른 후보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샐러드를 선택했던 것은 이 사업이 성공했을 때의 모습이 샐러드 사업이 가장 시각화가 잘 되었기 때문이에요. 성공했을 때 골목골목마다 샐러디가 있고, 사람들이 거기서 샐러드를 먹고, 그런 것들이요. 비주얼라이징이 잘 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비주얼라이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매력적인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또다른 노력은 ‘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미국시장에서는 이미 존재했던 샐러드 시장이 한국에서도 곧 인기를 끌 것이라 기대되어 한국으로도 끌어들인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이나 해외에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 한국에 없다면, 이를 한국으로 끌어 들여오는 것도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죠. 그런데 사실 ‘왜 한국에 없을까?’라고 물었을 때 나올 있는 답은 시장의 부재나 시장 실패 두 가지입니다. 이때 만약 샐러드처럼 해외에 있는 시장이 한국에서 단순히 부재했던 것이라면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겠죠.


또 한 가지는 시의성입니다. 그런데 ‘그 시의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운이 많이 개입을 하긴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도 너무 앞서갔다고 생각해요. 해외에 비해 한국의 경우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늦게 사람들이 샐러드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기 시작해서 창업한 후 4~5년 정도는 정말 지지부진했습니다. 특히 샐러디의 경우 코로나 시기에 크게 성장했어요.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줄이고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 상황에서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면서 샐러드 같은 건강식을 많이 소비하기 시작한 거죠. 실제로 당시 매장 수가 1년 사이에 거의 2배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코로나라는 변수는 예측할 수 없고 컨트롤 할 수도 없는 영역이잖아요. 저희 회사처럼 코로나 당시 크게 성장한 회사도 있는 반면 어려워진 회사도 있는 것처럼 운이라는게 사업에서는 정말 크게 작용하기는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말씀이 있으실까요? 학교에서 창업에 도움을 받은 것이 있었는지, 혹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할 수 있는 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저는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일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로 교육이나 네트워킹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인사이더스라는 창업학회에서 선후배 분들과의 네트워크에서 받은 도움도 큽니다. 실제로 지금도 당시 형성했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도움도 많이 주고 받고 합니다. 저희가 최근 ‘다운타우너’라는 햄버거 브랜드를 인수했는데, 이것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개받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아까 말했듯이 할 수 있으면 빨리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랑 비슷하게 창업을 하고 싶어했던 친구들 중에 저보다 늦게 창업해서 후회했던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어요. 그리고 특히 이미 취업을 한 후면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없어지기도 해서 꿈을 잃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어린 나이고 회사같이 소속된 곳이 없을 때가 더 자유롭고 창업하자는 마음을 먹기 쉬운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시의성 측면에서도 빨리 창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텐데, 시장은 정말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창업을 미루고 고민하는 사이에 시의성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 아이템이 지금 꼭 해야되는 거라면 특히 더욱 미루면 안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조언’이에요. 지금 저도 조언을 하고 있듯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멘토나 투자자나 여러 사람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받을 기회가 많아지는데 이 조언들 중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은 10%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도 틀릴 확률이 높고, 또 사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사업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거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창업 아이템을 들고 와서 누군가가 조언을 해달라고 해도, 저는 샐러디 이 길 밖에 안 와봤기 때문에 이 사람의 길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어서 정확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듣게 될 조언들에 귀를 잘 여는 만큼 잘 닫을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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