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습부원 정준용
미국 나이키 홈페이지에서 직접 커스텀한 운동화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배송 주소와 방법,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고 나면 결제방법을 선택하는 항목이 등장한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익숙한 이름을 뒤로하고, 어펌(Affirm), 에프터페이(Afterpay), 클라르나(Klarna)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타난다. 모두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이다.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하라’라는 뜻의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는 글로벌 소매유통 업체들부터 금융-투자업계, IT기업까지 업종을 막론하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난 한 해의 핵심 키워드다.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하라(Buy Now, Pay Later)’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BNPL은 소비자가 구매를 원하는 상품의 대금을 BNPL 업체가 판매자에게 즉시 지불하고, 소비자는 일정 기간에 걸쳐 무이자로 업체에 돈을 갚아 나가는 형식의 서비스다.[1] 즉, 신용카드를 통해 할부결제를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하지만 BNPL은 이를 온라인 상에서 훨씬 더 쉽고,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차이가 있다. 21세기 초 첫 선을 보인 BNPL 서비스는 팬데믹 이후 크게 성장한 전자 상거래 영역에 힘입어, 향후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젊은 세대와 저신용자들을 바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기존의 소비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사실 일반적으로 할부 거래를 할 때면, 대부분 신용카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BNPL도 신용카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가지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신용’과 ‘이자’ 여부다. 신용카드의 경우 이용자는 자신이 할부 대금을 납부할 수 있는 능력과 적절한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업체에 증명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한국에 비해 더욱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요구하기에 저 신용자들과 사회 초년생들은 신용카드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많다. 반면, BNPL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복잡한 증명 절차 없이 일정 기간 동안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자의 존재 여부 역시 큰 차이점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BNPL 서비스는 신용카드와 달리 어떤 이자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용자는 물건을 구입한 후, 상환 일정에 맞춰 대금을 납부하기만 하면 끝이다. BNPL 업체들은 그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나 이자를 받지 않는다. (대금의 납부가 연체되었을 경우에는 추가 비용을 받는다.) 이러한 두 가지 차이를 바탕으로, BNPL 업체들은 기존 금융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던 미국과 유럽의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한 유통 환경 역시 BNPL의 성장배경 중 하나다. 세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소비가 줄어든 대신, 자택 내에서 손쉽게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전자 상거래 서비스의 이용자가 급증했다.[2] 인터넷 이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소비 시장 접근이 활성화되었지만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약했고, 이들에게 BNPL이 해답이 되어주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결제의 영역에 위치하는 업종인 만큼, 자연스럽게 BNPL 업체들과 글로벌 전자 상거래 기업 간 협력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젊은 소비자층을 노리는 대형 투자 주체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BNPL은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글로벌 미디어와 투자 주체들에게도 BNPL의 전망은 밝다. 미국의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미국의 BNPL 시장이 2020년 40억 7천만 달러에서 오는 2028년까지 연 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 전망[3]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5년까지 글로벌 BNPL 시장의 규모는 현재의 약 15배인 1조 달러(약 1,156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4] 당연히 BNPL 서비스의 제공자들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8,500만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의 선두주자 클라르나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전자 상거래의 확대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중이다. 2020년 클라르나의 총 거래 규모는 410억 달러(한화 약 48조)를 기록하며 2019년 대비 32.3%의 성장률을 보였다. 클라르나와 함께 업계의 Big 3인 미국의 어펌, 호주의 애프터페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어펌과 애프터페이의 거래규모는 지난 1년 동안 각각 98.9%, 76.9%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들 플랫폼의 총 글로벌 매출을 합치면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22조)에 달하며, 이는 다가올 2023년까지 연간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5]
[그림 1] BNPL 업계의 성장세[6]
혜택도 많고, 이용료도 없는데 수익 모델은?
그러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신용카드보다 진입 장벽도 낮고(신용이 확인되지 않은 사용자들이 많고),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이자도 수령하지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수익을 내는 걸까? 해답은 간단하다. 가맹 계약 관계를 맺은 유통채널들에게서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용카드 업체들은 가맹 계약을 맺은 가맹점들에게 3%가량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BNPL 업체들은 가맹점들에게서 결제 대금의 4%에서 많게는 6%의 수수료를 수취한다.[7] 얼핏 들으면 가맹점들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BNPL 업체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구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맹점들은 높은 수수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BNPL 업체들과 계약을 맺는다. BNPL 기업들 역시 “고객들의 빠른 구매의사 결정을 이끌어 유통 채널의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수수료의 타당성을 설명한다. 주 수입원은 가맹 수수료이지만, 서비스 이용자들이 납부하는 연체 수수료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용자들의 지불능력도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체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소액 결제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단순히 지불을 잊는 경우도 잦다. 실제로 BNPL 이용자들의 34%는 1회 이상 지급액을 연체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8] BNPL 업체들의 연체 이율은 일반 신용카드보다 훨씬 높기에, 이를 통한 수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 중 하나다.
그렇다면 BNPL 업체들은 어디서 돈을 조달할까? 신용카드 업체들의 경우 기존 금융권에도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할부금 지불 비용을 조달할 수 있지만, BNPL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그렇지 않은 업체들이 많다. 그들은 어떻게 연간 1000억 달러(한화 122조)의 이상의 후불 결제를 감당하는걸까?[9] 일차적으로는 밴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 등에 투자를 받거나,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니 지속성에 한계가 명확하다. 그리고 BNPL 업체들은 그 해답을 기존 금융권과의 접점에서 찾았다.
BNPL을 통한 자금의 선순환 과정 (feat. ABS)
BNPL 업체인 어펌(Affirm)의 최대 고객은, 바로 홈 트레이닝 업체 펠로톤(Peloton)이다. 펠로톤은 사이클이나 런닝머신과 같은 홈 트레이닝 기구를 판매하고, 기계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온라인 홈 트레이닝 클래스를 월 구독의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인데, 펜데믹 이전에도 독특한 수익 모델로 알려져 있었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홈 트레이닝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두드러지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2020년 주식시장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펠로톤의 사업모델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비싼 홈 트레이닝 기구를 소비자에게 팔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펠로톤 기계의 가격은 1500 달러에서 3000 달러 사이인데, 이 가격은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부담하기엔 너무 높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펠로톤은 BNPL 업체인 어펌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협업의 내용은 간단했다. 높은 초기 비용 없이 저렴한 가격(월 40 달러)에 기기를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협업을 통해 제품의 가격 장벽이 사라지게 되었고, 펠로톤의 매출이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던 어펌의 매출 역시 증가하는 선순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엔 홈 트레이닝의 유행으로 어펌 매출의 약 20%가 펠로톤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잘 생각해보면 어펌이 꾸준히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결국 꾸준히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어펌도 무한정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꾸준히 현금을 조달해야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금융기관(투자은행, 기금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출의 형태가 아니라, 기존에 어펌이 보유한 자산을 재활용하여 조달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여기서 어펌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바로 기존에 할부를 제공했던 건이다. 즉,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이 어펌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어펌은 전자 상거래를 통한 대출이 중심이라 대부분의 대출은 수십 달러에서 수천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십만 건 이상을 모아 전통 금융기관에 팔아 넘기는 것이다. 전통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현 시장에서 투자할 상품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소비자 대출 채권들을 살 수 있는 기회라 어펌의 대출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존재한다. (특히 홈 트레이닝에 돈을 소비하는 펠로톤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신용이 좋은 편이라 이러한 수요가 더욱 많다.) 어펌 역시 현재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래의 원리금을 팔아 한꺼번에 큰 돈을 받을 수 있다. 즉, 금융기관과 어펌 간의 윈윈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통해, 어펌은 다시 소비자를 상대로 새로운 대출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10]
이 과정에서 어펌은 대출들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를 ABS(Asset Backed Securities)라고 부른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출에서 미래에 들어올 원리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나, CDO(Collateralised Debt Obligation) 전부 ABS를 응용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즉, 미래에 원리금이 갚아질 많은 대출들을 하나로 모아, 하나의 큰 채권을 발행하는 개념이다. 결국 어펌은 전통 금융기관에 AB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렇게 조달한 자금을 일반 소비자들이 대출을 통해 이용하니, 금융기관이 어떻게 소비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시다. 그리고 금융계의 자금 역시 평범한 개인들이 납입한 적금, 대출 이자 등을 바탕으로 모아진 돈이라는 점에서 금융과 산업 간 선순환 고리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BNPL 업체 역시 이와 같은 절차로 자금을 조달한다. 물론 모든 BNPL 업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방법을 채택하는 업체 역시 존재한다. 일례로 업계 내 다른 빅 플레이어인 클라르나는 스웨덴과 독일에서 은행을 운영 중인데, 전체 조달액의 80-85%를[11] 자신들의 은행에 예치된 고객예금에서 조달하고 있다.
BNPL 업체들이 ABS를 통해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직은 수익 구조 자체가 취약한 상황이라 업체들은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조달 금리와 이용 수수료 사이의 아주 작은 폭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의 빅3 모두 지난 해 매출액이 40% 이상 증가했지만, 순 손실 역시 2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적자 폭은 BNPL 업계가 마주한 두 위협으로 인해,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12]
[그림 2] ABS 발행 절차[13]
업계의 위협요소들: 1. 금리 인상기, BNPL 업계에 영향은 없을까?
BNPL 업체들의 사업 모델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결국 싸게 많은 돈을 빌려와 소비자에게 대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주 작은 마진이 업체들의 주 수입원이다. 최근까지 지속되었던 저금리 정책하에서, 그들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이 사업 모델은 큰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림3] BNPL 업체들의 마진율[14]
위의 표를 참고하면, 평균적으로 지금까지 BNPL 업체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0.3%를 순수익으로 남겼다. 이는 굉장히 낮은 마진율로, 이자 비용을 지급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업계 내 대부분의 업체들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상황에도, 자금 조달 비용조차 정상적으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금리 인상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미국이 펼쳐왔던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악화와 겹쳐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온 현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FED)는 끊임없이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고를 이어왔다. 이후 지난 3월 17일, 실제로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3년 3개월 만에 자국의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거시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지 않자, 최근엔 22년 만의 빅 스텝(금리 50bp 인상)과 사상 최대 속도의 양적 긴축이라는 매우 강력한 통화 정책들을 꺼내든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초 발표된 FED의 3월 FOMC 회의록에 의하면, FED 의원들은 2023년 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를 3%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15] 완연한 봄과 함께, 유동성 파티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긴축적 통화 정책은 기업들의 자본 조달 비용을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실제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던 카드사들의 경우, 이미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의 부담이 커져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16] 금리 인상기 카드 이자율을 높일 수 있는 카드사 역시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무이자 할부 결제 시스템을 추구하는 BNPL은 자금 조달에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리 인상이 시작된 올 1분기, 어펌은 5억 달러 규모의 ABS 발행 추진을 중단했다. 그 이유는 원하는 금리로 ABS를 발행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17] 신용카드 업체들과 같이 금리 인상기에 사용료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어렵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낮은 가격 결정력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쟁은 소비자에겐 긍정적인 요소다. 금리 상승기에도 여전히 무이자 할부 결제와 부가 혜택이라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 상승기에도 BNPL 시장 자체는 더더욱 커지겠지만, 저금리 시대에도 적자에 허덕여 온 업체들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다. 물론, 이 경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승자는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그림 4] 3월 FOMC 후 FED 금리 점도표[18]
The Winner Takes It All
BNPL 시장의 성장과 함께, BNPL 업체들의 수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이미 170개를 넘어섰다.[19] 상황이 이러하니, 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특히 업계의 Big 3인 어펌, 에프터페이, 클라르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저마다의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어펌의 경우, 가맹점에서 전액 선불로 결제를 마치는 고객에게 현금 캐시백을 제공하는 중이다.[20] 얼핏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속내는 무이자 대출을 줄이고 높은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를 챙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에프터페이와 클라르나는 연체 없이 제 때 상환을 마치는 소비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슷한 시점에 공개했다. 물론 자세한 형태는 조금씩 다른데, 에프터페이는 회원 등급 상승, 클라르나는 앱 내 결제 시 이용 가능한 포인트 제공의 형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세 업체 모두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서비스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으로 늘어나는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심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두가 할인과 관련된 서비스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와중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업체도 존재한다. 호주의 BNPL 서비스 제공자인 Zip은, 앱을 통해 가맹점의 세일 제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21] 이를 통해, 가맹 업체들의 충성심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도와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들의 소비는 결국 Zip의 매출로 이어진다. 이처럼 BNPL 업계 내 다양한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 속에서 회사들은 각자의 파이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금융업은 신규 플레이어가 들어오기 힘든 영역인데,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BNPL에 난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의 위협요소들: 2. 기술과 금융 사이
지금까지 BNPL 업체들은 사실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면서도, 금융의 사각지대에 숨어있었다. 사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대출과 상환이 너무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어 정확한 집계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또한 BNPL 업체 자체가 이용자들의 신용과 거래 내역을 요구하지도 않으니, 기존의 업체들에게 금융 데이터를 요구할 이유 역시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BNPL 업체들은 지금까지 금융 제도 밖에서 영업을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미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 12월 미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은 BNPL 업계에 대한 3가지 우려 사항을 밝히며, 호주, 독일 등 세계 각국의 금융 당국과 협력해 업체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22] 여기에서 언급한 우려 사항들은 1. 무분별한 대출 남발로 인해 과다하게 민간 부채를 늘리고 있는 점, 2. 사실상의 금융업을 영위함에도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점, 3. 거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활용한 정황 총 3가지로, 당분간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업계에 규제의 칼날이 향하고 있지만, 사실 수면 아래서 조용히 규제를 피해오던 BNPL을 꺼내려는 시도 자체는 이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개인 신용정보 업체인 에퀴팩스(Equifax)는 올 2월 말, BNPL 거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분할 상환 대출(Pay-in-4)에 대한 정보를 신용 평가에 사용할 예정이라 밝혔다.[23] 또한 지금까지 BNPL의 대출과 상환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데이터 분석 업체 익스피리언(Experian)의 도움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다른 신용정보업체 트랜스유니온(TransUnion) 역시, 올해 안에 비슷한 시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에퀴팩스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BNPL 업계는 투명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은 상환 내역을 통해 신용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되는, 윈-윈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NPL 업체들은 스스로의 정보를 금융권에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를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서히 BNPL을 금융권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규제 리스크 역시 가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엔 이런 거 없나?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BNPL에 손을 내밀고 있다. 주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시장 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네이버의 경우 작년 4월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사용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하고, 부족분을 후불로 결제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BNPL 서비스의 가입자 수는 작년 말 27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거래금액은 33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도 물론, 전체 가입자의 40%는 금융이력이 부족한 20대 가입자다. 토스 역시 지난 3월 BNPL 서비스를 내놨다. 후불 결제 가맹점에서 제품을 고르고 결제단계에서 토스페이를 이용해 후불결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토스 역시 아직은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추후 서비스 대상과 가맹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에 있다. 쿠팡은 ‘나중결제’라는 이름의 BNPL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로켓배송 상품이나 쿠팡이 직접 매입해 배송하는 상품에 한해 이용 가능하며, 할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일부 고객에게 시범 서비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핀테크에 BNPL까지 등에 업은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카드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오는 3분기 중 BNPL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카드 역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한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24]
그러나 아직은 해외보다 BNPL의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국내 서비스를 허용했지만, 최대 금액을 30만원으로 제한했고[25] 연체가 있을 땐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BNPL의 핵심인 분할납부 기능 역시 제한되어 있다.[26]
BNPL… 오래 있어줘!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BNPL이지만, 서비스 자체가 소비자 접점의 끝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확장의 여지가 넓다. 그리고 업체들은 실제로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 BNPL의 수수료가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의 2배에 달하다 보니, BNPL 업체의 입장에서는 판매자들이 BNPL 결제를 허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 서든지, 현재 BNPL 업체들은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Zip의 사례처럼 판매자들을 위한 광고 플랫폼으로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하고, 코로나 19의 종식을 대비해 오프라인 확장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성과 혜택으로 인해 BNPL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편법의 영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BNPL이 점차 사람들에게 파고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BNPL 업체 간 경쟁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경쟁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임에도 스퀘어, 페이팔과 같은 핀테크 업체에서부터,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 등 전통 금융업체, 심지어는 애플 등 빅테크들까지 BNPL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27] 이렇게 모두가 BNPL에 목을 매다는 이유는, 출혈 경쟁이 끝난 후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 엄청난 수의 고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BNPL의 사용자가 대부분 MZ세대임을 고려할 때,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용할 소비자 층을 이미 확보해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한 이유로 오늘도 BNPL 업체들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우리 같은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경쟁이 반갑다. 평소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것들을 우리 집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가적인 혜택은 덤이다. 그러니 다들 지금까지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던 물건이 있었다면 오늘 BNPL 결제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돈을 내는 건 내일의 당신이겠지만, 행복해지는 건 오늘의 당신이니까!
참고문헌
[문헌]
고경영, 『아세안 슈퍼앱 전쟁』, 페이지2북스, 2021.
김재우, 조아해, 「미국 핀테크 : 결제 생태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BNPL」, 삼성증권, 2021-08-04.
오윤석,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이용행태 변화 분석 -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을 중심으로」, KISDI STAT Report, 20-19, 2020, pp. 1-6.
이정은, 「해외 BNPL 시장 동향 및 감독당국의 대응」, 자본시장연구원, 2021.
하나금융경영연구소, 「MZ세대를 공략한 후불결제(BNPL) 서비스의 부상」, 2021-06-07.
Grand View Research, 「Buy Now Pay Later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2022-08-03.
[신문기사]
금융위원회, “’21.2.18.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2건 지정”, 2021-02-18.
김도솜, “[트렌드 줌인] 간편결제에 BNPL까지, 훨훨 나는 빅테크..카드사의 승부수는?”, 데일리팝, 2022-04-26.
김성민, “매출 급증하지만 손실도 눈덩이… ‘BNPL’ 업체”, 조선일보, 2021-09-02
박원익, “후불 결제 ‘BNPL’, 신용카드 잡아먹나”, 신동아, 2021-09-29.
양미영, “[선 넘는 금융]BNPL, 국내에서도 먹힐까②”, 비즈니스워치, 2021-10-11.
전슬기, 한광덕, “연준, 고물가에 ‘빅스텝+양적긴축’ 꺼내…한국 경제에도 경고음”, 한겨례, 2022-04-07.
홍석경, “카드사, “금리인상에 자금조달 쉽지 않네””, 매일일보, 2022-03-28.
Affirm, “Affirm Launches Cash Back Rewards with New Pay Now Feature in the Affirm App”, 2021-12-08.
Caronello, S. “The Fed’s New Dot Plot After Its March Policy Meeting”, Bloomberg, 2022-03-17.
Credit Karma, “Buy now pay later surges throughout pandemic, consumers’ credit takes a hit”, 2021-09-09.
Kelly, J., “Is “buy now pay later” a viable business model?”, Financial Times, 2021-10-07.
Leondis, A., “Buy Now, Pay Later? You Might Regret It.”, Bloomberg, 2022-02-17.
McCorvey, J. J., “How to Prepare for Buy-Now-Pay-Later Purchases Showing Up on Credit Reports”, Wall Street Journal, 2022-02-28.
Nunez, A. “Klarna brings Pay Now and rewards program to new markets to bolster customer loyalty”, Insider Intelligence, 2022-02-23.
Ramnarayan, A. “Europe’s Most Valuable Fintech Unicorn Klarna Faces Risk of Rising Rates”, Bloomberg, 2022-02-09.
Tempkin, A., Arroyo, C., Williams, C. E., “'Buy Now, Pay Later' Lender Affirm Halts Bond Sale Due to Market Volatility”, Bloomberg, 2022-03-12.
U.S. Government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Opens Inquiry into “Buy Now, Pay Later” Credit”, 2021-12-16.
[웹 페이지]
[그림 및 도표]
[그림 1] BNPL 업계의 성장세
[그림 2] ABS 발행 절차
[그림 3] BNPL 업체들의 마진율
[그림 4] 3월 FOMC 후 FED 금리 점도표
[1] 이정은, 「해외 BNPL 시장 동향 및 감독당국의 대응」, 자본시장연구원, 2021.
[2] 오윤석,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이용행태 변화 분석 -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을 중심으로」, KISDI STAT Report, 20-19, 2020, pp. 1-6.
[3] Grand View Research, 「Buy Now Pay Later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2022-08-03.
[4] 박원익, “후불 결제 ‘BNPL’, 신용카드 잡아먹나”, 신동아, 2021-09-29.
[5] Leondis, A., “Buy Now, Pay Later? You Might Regret It.”, Bloomberg, 2022-02-17.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2-02-17/buy-now-pay-later-you-might-regret-it?utm_medium=email&utm_source=newsletter&utm_term=220217&utm_campaign=sharetheview
[6] 박원익, “후불 결제 ‘BNPL’, 신용카드 잡아먹나”, 신동아, 2021-09-29.
[7] Kelly, J., “Is “buy now pay later” a viable business model?”, Financial Times, 2021-10-07.
[8] Credit Karma, “Buy now pay later surges throughout pandemic, consumers’ credit takes a hit”, 2021-09-09.
[9] 하나금융경영연구소, 「MZ세대를 공략한 후불결제(BNPL) 서비스의 부상」, 2021-06-07.
[10] Affirm, “Affirm Completes $500 Million Asset-Backed Securitization to Support Continued Growth”, 2021-08-04.
[11] Ramnarayan, A. “Europe’s Most Valuable Fintech Unicorn Klarna Faces Risk of Rising Rates”, Bloomberg, 2022-02-09.
[12] 김성민, “매출 급증하지만 손실도 눈덩이… ‘BNPL’ 업체”, 조선일보, 2021-09-02.
[13] 신한금융투자, “ABS”.
[14] Kelly, J., “Is “buy now pay later” a viable business model?”, Financial Times, 2021-10-07.
[15] 전슬기, 한광덕, “연준, 고물가에 ‘빅스텝+양적긴축’ 꺼내…한국 경제에도 경고음”, 한겨례, 2022-04-07.
[16] 홍석경, “카드사, “금리인상에 자금조달 쉽지 않네””, 매일일보, 2022-03-28.
[17] Tempkin, A., Arroyo, C., Williams, C. E., “'Buy Now, Pay Later' Lender Affirm Halts Bond Sale Due to Market Volatility”, Bloomberg, 2022-03-12.
[18] Caronello, S. “The Fed’s New Dot Plot After Its March Policy Meeting”, Bloomberg, 2022-03-17
[19] 고경영, 『아세안 슈퍼앱 전쟁』, 페이지2북스, 2021.
[20] Affirm, “Affirm Launches Cash Back Rewards with New Pay Now Feature in the Affirm App”, 2021-12-08.
[21] Nunez, A. “Klarna brings Pay Now and rewards program to new markets to bolster customer loyalty”, Insider Intelligence, 2022-02-23.
[22] U.S. Government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Opens Inquiry into “Buy Now, Pay Later” Credit”, 2021-12-16.
[23] McCorvey, J. J., “How to Prepare for Buy-Now-Pay-Later Purchases Showing Up on Credit Reports”, Wall Street Journal, 2022-02-28.
[24] 김도솜, “[트렌드 줌인] 간편결제에 BNPL까지, 훨훨 나는 빅테크..카드사의 승부수는?”, 데일리팝, 2022-04-26.
[25] 금융위원회, “’21.2.18.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2건 지정”, 2021-02-18.
[26] 양미영, “[선 넘는 금융]BNPL, 국내에서도 먹힐까②”, 비즈니스워치, 2021-10-11.
[27] 김재우, 조아해, 「미국 핀테크 : 결제 생태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BNPL」, 삼성증권, 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