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89호 낭만 14화

당신과 나, 우리 사이의 "낭만"을향해

[오아시스] 완연

by 상경논총

인간관계' 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들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며 사전적 정의를 말씀하시는 분도, '아, 그것 참 복잡하죠.' 라고 한숨부터 내쉬는 사람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관계' 라는 단어를 들으면, '최근에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해본 것' 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핵심이자, 어쩌면 묘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저는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얼마나 긴 인생을 살아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면서 누군가와 친해지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를 사랑해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경험들은 모두가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경험의 횟수가 많든 적든, 깊이가 깊든 얕든 말이죠. 저 역시 그런 경험들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야겠다'고.


너무 멀면 서로가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는 인간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한 결론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요. 너무 당연하고, 뻔한 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인간관계를 주제로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서 내렸던 결론이었습니다. 이따금씩 저는 이런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로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 저의 이런 이상한 취미(?)에 함께 의견을 공유해주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제 생각을 듣고는 그 친구가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적당한 거리감을 넘어서,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떡할 거야?"


친구의 질문에 저는 대답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하려고 애써 묻어두었던 내용이었으니까요. 저 질문은 비단 사랑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 선배가 있을 수 있고, 또 어쩌면 사랑으로서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적당한 거리감'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이유는 그 누구와도 멀어지지 않고, 그 속에서 저도 남에게 상처를 받거나, 주지 않는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 결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한 결론은 '오래 가는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꽤나 성공적인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간과했던 부분은 이러한 관계는 결코 발전이 없는, 너무나도 잔잔한 관계로 막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한 대로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저는 과연 제 결론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더 가까워지게 되면, 분명 더 좋은 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줄지도, 혹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상처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리스크를 감수하게 됩니다. 이성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정말 단단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없이 여린 것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성적으로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결정을 하는 마음과 감정에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죠. 내 뜻대로 되지도, 내 맘대로 흘러가지도 않는 게 인간관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인간관계에 대한 이런 조금은 뻔한 고민을 시작한 이유도 제 마음이 심란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친구와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딪혀보는 것'도 하나의 행동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나룻배를 마음에 한 번 띄워보는 거죠. 무사히 도착지에 갈지, 풍랑을 만나 뒤집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당신도, 나도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혹시 아나요, 나룻배의 종착역이 당신에게 소소한 낭만이 되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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