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0대 30대를 거쳐 40대를 살아오면서, 이곳에서 교육을 제공받고,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이젠 영국에서 산 시간이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훨씬 많아졌음에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유착 감을 느끼지 못한데 강물에 둥둥 떠 다니는 부목처럼 이 안에 소속된 듯 또 아닌 듯 그렇게 이방인의 삶을 살아왔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삶을 영위하는 나의 삶의 자세 속에서 지난 몇 주전 새로 임명된 영국 총리가 자꾸 내 삶에 들어와 남편과 그 영국 총리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라온다.
파이팅이 넘쳤던 나랑 동시대를 산 새로운 총리 리스 총리는 과감하고 무모한 정책을 펼치고, 그 파장으로 인해 새로 임명된 지 5주 만에 사임의 길을 결정했다. 그리고 사임을 결정하기 전까지 실수였다... 미안하다. 그래도 난 계속 나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난 리스 총리의 이러한 행보를 보면서, 그녀보다도 능력도 없고 자기 관리는 더더욱 못하는 촌에 사는 중년 아줌마라 이 분의 행보에 대해 지적질하는 입장은 못된다.
지난 5주의 시간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던 건 준비되지 않은 야망은 인생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목적이 생기면 끝까지 가보고 싶다. 리스 총리도 자기 커리어를 다지는 시기를 거치면서 정치세계에 입문했을 때, 최종문을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 끝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의 그림,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영역들, 그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는 동료들의 돈독한 신뢰 등. 이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정치 입문 후 , 얼마나 고민하고 이 숙제들을 얼마나 착실히 했을까... 예상해 본다면 현 상황의 결과치로만 감히 판단을 한다면 부지런히 숙제를 잘 수행했던 모범생 학생은 아닌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 분의 행보를 보면서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의 30대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꿈을 꾸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난 그 자리에 안주하였고 준비하지 않았다.
리스 총리를 보면서 다시 한번 후회하는 시간이 몰려왔다.
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하고 싶은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이해하며 내 영역을 확장하며 좀 더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어 집중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지금 덜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준비를 한다는 건 나의 위태한 삶을 안정감 있는 구조로 이끌어 주는 방법임을 이 나이가 되어 배운다. 예년에 비해 뜨거운 햇살과 가뭄으로 자연이 온몸으로 괴로워할 때 쩍쩍 갈라진 마른땅 사이에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고귀하게 활짝 꽃을 피운 연꽃이 나의 모든 언어를 잠식시킨다.
둥둥 떠 다니는 부목 같은 나의 현재 모습처럼 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가 어디로 떠 내려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이번 리스 총리의 행보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