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다니엘에게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했다. 나도 모르게 혹시 터프머더 티켓이 아직도 남았냐고 말이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1초도 지나지 않아 당연히 남았다고 함께 하자고 바로 티켓을 등록할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로 보낸다. 난 다니엘에게 나 잘 뛰지도 못하고 장매물도 잘 수행하지 못할 건데 괜찮냐고 여러 차례 물어본다. 돌아오는 답변은 즐기는 스포츠이니 못해도 괜찮다. 함께 하자며 따뜻하게 독려해 준다. 그런 배려에 마음도 몸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턱대로 하겠다고 일을 저질렀다. 삼 개월 전부터 등록을 하고 훈련을 했어야 했는데 난 단 일주일도 남기지 않고 정말 애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등록을 한 것이다.
매년 기부행사로 우리 회사에서는 영국에서 개최하는 터프머더이벤트에 참여를 한다. 그 모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가 된다. 젊고 도전의식이 있는 동료들은 신나는 마음으로 와서 소풍을 온 것처럼 즐긴다고 한다.
드디어 행사날이 다가오고 아침에 일찍 잠이 깬 난 걱정 반 설렘반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다니엘 집으로 향했다. 며칠 전 아들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5K도 뛰기 헉헉거리면서 15K를 어떻게 할 수 있냐"라고 나를 슬슬 놀린다. 남편 또한 "체육관이라도 가서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며 걱정을 드러낸다.
이런저런 생각이 나면서 다니엘 차를 타고 장소에 갔다. 큰 숲이 우거진 거친 공원 안에 수천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한눈에 봐도 네플릭스에 나온 피지컬 100에 나온 운동 잔뜩 한 사람들이 내 눈앞에 가득했다. 큰 음악소리와 함께 상기된 표정을 한 수많은 사람 사이에 있는 내가 참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막연하게 기도했다. 잘 못해도 괜찮으니 내가 중간에 그만한다는 말만 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시간이 다가오고 시작굉음과 함께 난 출발했고, 울퉁불퉁한 산길은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함께 등록한 동료들은 나를 챙겨주었고, 신체적으로 작은 나를 배려해서 키가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운동 좀 했다는 나의 동료들은 나를 데려가겠다는 일렴으로 앞 뒤에서 올려주고 내려주고 격려해 주고 기다려주며 함께 해주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하고 온몸에 진흙들로 범벅이 되며 특히 걸을 때마다 물컹물컹한 물기와 진흙들이 내 발가락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불편함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모든 이물거리는 생소한 느낌도 어느새 익숙해지고 나중엔 진흙바닥을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거대한 장애물을 쳐다볼 때는 못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것을 해내고 다른 장애물을 향해 걷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이 모든 생경한 경험들이 내적에서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이 나이에 도전하는 내가 기특해 보인다.
그렇게 동료들의 도움과 후회하고 싶지 않은 삶에 대한 갈망으로 마지막미션까지 까지 마치고 난 피니시 라인에 도착을 하였다. 내가 15K를 마쳤다. 세상에 이게 말이 돼? 내 스스로가 놀란다.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내 삶에 대해 감사함이 절로 느껴진다. 우리는 항상 내가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자만하기 쉽고 어느새 감사함을 잃어버리며, 변화 없는 삶 속에 마치 음악연주자가 강약을 무시한 채 단조로운 소리로 연주하는 거 같은 단조로움만 느낄 것이다. 난 이제야 알았다. 왜 영국에서 내가 만난 이곳 사람들은 때가 되면 다양한 명분의 파티를 하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벤트에 참여를 하고 틈틈이 일상을 탈피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내는지 말이다. 마치 인생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강약을 표현하는 행위는 내 인생을 사랑하고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램의 행위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