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고 Sep 24. 2023

안해본거를 해보기 프로젝트

터프머더 15K 도전하기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다니엘에게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했다. 나도 모르게 혹시 터프머더 티켓이 아직도 남았냐고 말이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1초도 지나지 않아 당연히 남았다고 함께 하자고 바로 티켓을 등록할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로 보낸다.  난 다니엘에게 나 잘 뛰지도 못하고 장매물도 잘 수행하지 못할 건데 괜찮냐고 여러 차례 물어본다.  돌아오는 답변은 즐기는 스포츠이니 못해도 괜찮다. 함께 하자며 따뜻하게 독려해 준다. 그런 배려에 마음도 몸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턱대로 하겠다고 일을 저질렀다.  삼 개월 전부터 등록을 하고 훈련을 했어야 했는데 난 단 일주일도 남기지 않고 정말 애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등록을 한 것이다.

매년 기부행사로 우리 회사에서는 영국에서 개최하는 터프머더이벤트에 참여를 한다. 그 모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가 된다.  젊고 도전의식이 있는 동료들은 신나는 마음으로 와서 소풍을 온 것처럼 즐긴다고 한다.

 

드디어 행사날이 다가오고 아침에 일찍 잠이 깬 난 걱정 반 설렘반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다니엘 집으로 향했다. 며칠 전 아들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5K도 뛰기 헉헉거리면서 15K를 어떻게 할 수 있냐"라고 나를 슬슬 놀린다.  남편 또한 "체육관이라도 가서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며 걱정을 드러낸다.

이런저런 생각이 나면서 다니엘 차를 타고 장소에 갔다. 큰 숲이 우거진 거친 공원 안에 수천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한눈에 봐도 네플릭스에 나온 피지컬 100에 나온 운동 잔뜩 한 사람들이 내 눈앞에 가득했다. 큰 음악소리와 함께 상기된 표정을 한 수많은 사람 사이에 있는 내가 참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막연하게 기도했다. 잘 못해도 괜찮으니 내가 중간에 그만한다는 말만 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시간이 다가오고 시작굉음과 함께 난 출발했고, 울퉁불퉁한 산길은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함께 등록한 동료들은 나를 챙겨주었고, 신체적으로 작은 나를 배려해서 키가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운동 좀 했다는 나의 동료들은 나를 데려가겠다는 일렴으로 앞 뒤에서 올려주고 내려주고 격려해 주고 기다려주며 함께 해주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하고 온몸에 진흙들로 범벅이 되며 특히 걸을 때마다 물컹물컹한 물기와 진흙들이 내 발가락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불편함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모든 이물거리는 생소한 느낌도 어느새 익숙해지고 나중엔 진흙바닥을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거대한 장애물을 쳐다볼 때는 못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것을 해내고 다른 장애물을 향해 걷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이 모든 생경한 경험들이 내적에서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이 나이에 도전하는 내가 기특해 보인다.


그렇게 동료들의 도움과 후회하고 싶지 않은 삶에 대한 갈망으로  마지막미션까지 까지 마치고 난 피니시 라인에 도착을 하였다. 내가 15K를 마쳤다. 세상에 이게 말이 돼? 내 스스로가 놀란다.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내 삶에 대해 감사함이 절로 느껴진다. 우리는 항상 내가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자만하기 쉽고 어느새 감사함을 잃어버리며, 변화 없는 삶 속에 마치 음악연주자가 강약을 무시한 채 단조로운 소리로 연주하는 거 같은 단조로움만 느낄 것이다. 난 이제야 알았다. 왜 영국에서 내가 만난 이곳 사람들은 때가 되면 다양한 명분의 파티를 하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벤트에 참여를 하고 틈틈이 일상을 탈피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내는지 말이다. 마치 인생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강약을 표현하는 행위는 내 인생을 사랑하고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램의 행위라는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앞으로는 좀 놀 줄 아는 아줌마가 되어야겠다는 큰 야망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01화 한창 이쁜 나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