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면서 택시를 이용할 일은 늦은 시간 야근을 하고 막차를 놓친 경우, 그리고 공항에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택시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사정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걸어도 보고 버스를 기다리며 이동을 해 보았지만,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가성비 또한 부담이 되지 않으니, 나도 어느새 택시를 적절한 순간에 이용하는 센스도 내 적응기간 동안에 장착할 수 있었다.
10분에서 20분 내외의 이동거리를 움직이면서 간간히 애용한 택시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경험치를 가지고 계시는 택시기사님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내가 만난 택시기사님들의 연세는 평균 60대 후반의 나이가 되신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어찌하나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 그분들은 어느새 스토리텔러가 되셔서 자신의 젊은 시절, 자신의 현재의 삶, 앞으로의 삶의 계획에 대해 술술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중에 한 분은 여든이 넘은 어르신 기사님이 계셨다. 언뜻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먼저 나이 이야기들 꺼내시며 복잡한 종로 한복판을 조심히 운전을 하신다. 하시는 말씀이 우리를 태우기 전 기사님 사모님을 친구분들 모임장소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를 태우신 거라며, 사모님 끝날 때까지만 일을 하시고, 저녁에는 사모님과 좋은 데 가신다고 싱글벙글하신다. 그분 하시는 말씀이 " 이 나이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서 집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하신다.
다른 기사님 한분은 70이 넘으셨다고 하신다. 택시업종은 60세에 정년퇴임을 하신 후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예전에는 60세에 정년퇴임을 하시면, 집안에서 잔잔한 일을 하시면서 경제활동을 멈추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었는데, 이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 분들도 자신의 삶을 이렇게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시고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알차게 사시는데 난 아직은 한창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창 아이 초등학교 시절에 회사를 퇴직하고 40대 중반이 되어 면접을 보고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하여,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 속에서 나도 미련스럽게 과거의 나를 자꾸 회상하며 현재의 나에게 언제 다시 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라는 버거운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청년마음을 지니신 어르신 기사님들을 만나며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을 실감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아이고 아직 한참 일 할 나이세요! 그리고 한참 이쁜 나이지요!" 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머니 천천히 하자 다시 갈 수 있다고 나 또한 조용히 속으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