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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나다 Oct 30. 2022

직장 다닐 때 보다 많이 법니다

사업 권리금을 주고 회사를 샀다.


종로3가역 바로 앞 주얼리 밀집 상가 안에 있는 귀금속 도매 사업이었다. 물리적 공간인 매장뿐 아니라 관련 거래처, 사업 방식을 모두 포괄해서 양수받는 방식으로 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우로 평행하게 한 평 남짓한 귀금속 매장이 죽 나열되어 있는 곳 중의 한 곳이었다.


종로 귀금속 밀집 상가는 낙후된 이미지와 귀금속을 살 때 저렴하고 실속 있는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해요” 하면 대부분 그게 뭔지 감도 못 잡는다. 동대문에서 옷 도매해요 하면 더 빨리 알아차릴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주얼리 도매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처음부터 직장인 일 때보다 많이 버는 매장을 인수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해야 할 거다’라고 업계에 계신 분이 말했다. 직장 다니며 모아놓은 돈을 모두 털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알아갔다.






1인 사업가, 자영업자에겐 억대 연 매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일 수 있다. 매년 달성했다.


직장인에겐 ‘연봉 1억 원’이 지표 중 하나다. 연봉 1억이 넘으면 이 정도면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실수령으로 650만 원 정도다.


사업하면서 그보다 더 벌면서도 기뻐하거나 마냥 행복감에 취한 적이 없다. 벌린다고 끝이 아니고 계속적인 투자가 들어가야 해서다.


직장은 이번 달 기여도가 지난달보다 적었다 해도 정액이 들어오지만 사업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외부 변수’들도 존재한다. 이번 달 순수익 1000만 원을 달성했다고 다음 달도 1000만 원을 찍으라는 보장 같은 건 없다.


친한 친구가 “매장 잘 돼?”라고 물으면

“음.. 이 정도 가지고는 안돼”라고 항상 보수적으로 말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이 얼마 이상되면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사업가는 돈을 잘 벌어도 외줄 타기를 하는 것 마냥 불안해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억대 연매출 노하우’와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면, 자신이 잘한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칭찬하고, 잘 되던 시기에 잘 벌었던 방법을 알려준다.


나 역시 같은 시각으로 과거를 돌아보니, 자존감이 높아진다. 매출이 안 나올 때는 홀로 울면서도 버텼다. 코로나 시기여서 장사가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망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와 내가 생각한 방법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도 매출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래서 권리금을 받고 매장을 넘길 수 있었다.


첫 사업인데 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잘한 거라고 남편이 말한 적이 있다. 창업 5년 내 기업이 폐업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통계를 봤다고 말이다. 내 퇴근이 늦어지면 아이를 아기띠에 앉혀서 역앞까지 마중 나와줬던 숱한 날들이 생각난다. 남편의 지지에도 감사하다.


사업할 때는 여러 이유로 못했던 말을 해본다

직장 다닐 때보다 많이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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