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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나다 Oct 09. 2022

자발적 경단녀가 되다.

30년동안 할 사업이라고 뛰어들 때는 언제고

자발적: 남이 시키거나 요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 행동하는 것



회사를 팔았다고 알렸다. 둘째 출산 예정일이 백일 넘게 남아 있었다. “출산하고 다시 나오면 되지, 매장 잘만 되는데.. 판다고? 남편이 좀 버나 봐?” 질문을 받았다. “아, 아무래도 둘 키우면서 일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라며 난 즉답을 피했다. 그런 질문을 들으니 멋쩍었다. 짐짓 쉬운 의사결정이었던 것처럼 말했던 것도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으면서.

 



나는 외동딸이다. 간혹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친언니와 매일 카톡을 한다는 친구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는 동안 크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외로웠던 적도 있었지만 크게 중요하다고 여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둘째 계획이라는 것도 막연했고 바쁜 일상에 쫓긴다는 이유로 생각 자체를 미뤘었다.

 

친정 엄마는 달랐다. “너희 부부가 결정할 일이고 또 잘 결정할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내가 살아보니 자식이 힘이더라, 하나 더 낳아” 응원해 주는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쟤 혼자 크게 둘 거야? 사촌 형제도 없는데, 부모 돌아가면 세상에 혼자 남길래” 라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설득을 당한 건지 홀린 건지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둘째 계획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원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은 뺐다. 내 생각인 것처럼 얘기했다. 친정엄마 생각이 반영된 것을 알면 진짜 우리의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대화는 한 번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몇 달을 잊어버렸다가 또다시 생각나서 대화를 청하곤 했다.

 



그러다가 낳기로 결정을 한 날,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둘 키우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건 너무 힘들 거야. 이것도 저것도 안될 수도 있어” 나는 미리 겁을 낼 필요가 있겠냐, 겪어보면서 도저히 안될 것 같을 때 팔아도 되지 않겠냐고 응수했다.

 

남편은 내가 체력적으로 달리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원치 않는 편이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 것인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힘들면 결국 자신에게 불똥이 튀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런데 '둘째를 낳는 것은 때가 있지만 회사는 아이 키우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라는 말은 내가 내세운 논리였다. 또 '출근하느라 예쁜 내 새끼 크는 것도 못 보는데 돈도 못 벌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매출이 떨어져 직원 월급과 월세 내기에 급급했던 시기에 친구에게 푸념하던 날도 스쳐 지나간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온 열정으로 일을 대할 수 없어서 속상했던 날들도.


'차라리 회사가 없는 게 속편 할 수도 있겠구나'

스치는 생각들이 나 대신 남편의 생각에 동의했다. 순간적으로 회사를 팔겠다고 답했다.


 


두 달여가 지나 둘째를 임신했다. 어렵게 임신이 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새 생명이 와줘서 기뻤다. 하지만 잠든 남편과 첫째 옆에 누워 온전히 혼자가 되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권리금도 못 챙기고 출산일에 쫓겨 문 닫게 되면 어쩌지?'

'사업을 완전히 넘기지 말고, 3년만 관리해줄 사람을 구해볼까?'

'매장에 진열해 놓은 주얼리 제품은 그대로 가지고 있을까, 녹여서 순금으로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현금으로 바꿀까?, 뭐가 가장 이익이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뱃속 아이에게도 안 좋을 텐데.. 하며 결정을 하고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했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다. 팔기로. 그것도 잘 팔아보기로. 결정하는 데까지 5주나 걸렸다.


회사는 끙끙대며 고민한 것과는 다르게 수월하게 구매자를 찾았다. 잘못 샀다는 뒷 말이 듣기가 싫어 다른 사람이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3개월간 내내 붙어 인수인계해주었다.


5월 임신 확인
6월 팔기로 의사결정 및 회사 양도
7~9월 양도를 위한 인수인계 3개월
9월 대망의 마지막 출근

-사업 정리 마일 스톤-


친정엄마와 남편의 개입이 없었다면 어떤 현재를 살고 있을까. 아이를 한 명만 낳고 일도 계속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 자발적이었다고, 당신 때문에 아이를 낳았고 당신 때문에 회사를 팔았다 할 수만은 없다.


어릴 때 막연히 동경하던 ‘4명의 가족’이 되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동기였을지 몰라도, 최종 결정은 내가 했고 회사를 양도하는 모든 과정을 내가 해냈기 때문에.  


그렇게 난 자발적으로 커리어를 내려놓고 전업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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