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시대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관심을 갖는 주제다.
살이 찐 사람은 분명히 다이어트를 해야 할 이유가 있고, 왜 다이어트를 할까 싶을 정도로 슬림한 사람도 그 나름의 목적이 있다.
한때 굶는 다이어트나 원푸드 다이어트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날로 살이 쪄가는 몸을 보며 다이어트에 대한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하지 않았다.
물론 시도했어도 결국엔 실패했을 것이지만, 굶는다는 건 왠지 건강을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 혹독한 다이어트 군단의 대열에는 끼지 못했다.
주변 친구나 지인들은 그런 다이어트에 꽤나 성공해서 몰라보게 날씬해지거나 붓기가 쏙 빠져 세련되진 턱선을 은근슬쩍 뽐내며 확실한 애프터를 주변에 시전하고 다녔다.
왠지 그들은 이전보다 한껏 더 어깨를 뒤로 제치고 다니는 것 같았고, 내심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부럽네"
솔직히 그때는 좀 굶어도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었을텐데 참을 수 없는 식탐때문에 시도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까지 해서 빼야되나' 하는 괜한 오기도 있었다.
그 덕에 통통하게 오른 살들을 가리느라 옷에 대한 연구로 매일 밤 자기전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살이 찌니 그렇게 여러모로 에너지를 쏟을 범위가 커졌다.
"굶지 못한다면 살이 안찌는 메뉴를 고르면 되지."
그렇다면 대안으로 살이 덜찌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친구들을 만나면 건강과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다녔다.
더운 여름에도 입맛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먹어서는 안되고, 시원한 음식이 땡길때는 메밀을 고른다.
메밀국수로 꽤나 유명한 광화문의 미진은 여러 번 갔었고, 대기가 많아도 회전이 빨랐기에 점심에 가도 메밀국수를 먹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북창동에 숨은 맛집으로는 "송옥"이라는 곳이 있다.
여기는 업무적으로 아는 사람의 소개로 같이 갔는데, 메밀면을 몇가닥 집어 장국에 담가 먹는 순간 오래된 노포에서 차근차근 쌓아올린 균형있고도 안정적인 레시피가 느껴졌다.
그래서 오히려 나중에는 미진보다는 송옥을 더 좋아했다.
이제는 지방으로 이사를 오니, 서울의 유명 맛집은 내 마음대로 가기가 어렵다.
먹는 것과 건강에 관해서는 한 평생 관심이 끊이지 않으니, 입맛 없는 사람에게는 숙제인 맛있는 음식 먹기나 요리 같은게 나한테는 즐거움이 된다.
요즘같이 아주 무더운 여름에는 주기적으로 메밀이 생각난다.
"텃밭의 채소들도 많으니 메밀면을 이용해 샐러드를 해먹어 볼까?"
평상시 즐겨보는 유튜브 JUNTV 쉐프님의 "메밀막국수" 레시피를 따라 수확해온 야채들을 준비한다.
특히나 토마토가 이 요리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꼭 준비해야 한다.
이 레시피는 메밀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장국에 메밀을 담궈먹는 그 메밀국수는 아니다.
소스로는 올리브유와 들기름(또는 참기름), 마늘, 간장과 꿀, 후추가 필요하니 어떤 맛일지 감이 잡히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레시피다.
야채를 다듬고 소스를 준비하는 동안 메밀면을 삶고 차가운 물에 담가 면을 치대 전분가루를 빼준다.
예쁘면서도 오목한 그릇을 준비해 면과 야채, 소스를 넣고 뒤적뒤적해서 전체적으로 섞어준다.
차려진 모양을 보면 색감이 예뻐 더욱 군침이 돌면서 면과 야채를 집어올려 입으로 가져가기 바쁘다.
"와 역시 준티비 레시피는 최고야."
메밀면의 건강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지다가 이어 알싸한 마늘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나는 소스가 면을 전체적으로 감싸준다.
토마토의 은은한 단맛과 꿀의 강도있는 달달함은 이 음식을 마냥 식사로만 느껴지게 하지 않고, 결국엔 무한대로 먹게 만든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음식.
동서양의 재료와 맛의 조화가 찰떡같이 맞아 떨어져 부담없지만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
여름에도 즐겨먹지만 사시사철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맛.
나는 이걸 메밀면 샐러드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