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제일 잘 맞는 집안 일을 고르자면 요리다.
집안 일을 아직도 잘 모르지만 청소, 빨래, 요리 크게 이 세가지로 구분되지 않나 싶다.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안 일이라곤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밥을 꼬박 챙겨먹는 타입이라 아침은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으로 허겁지겁 챙겨먹고 다니긴 했지만 점점 더 밖에서 외식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갈 수록 집안생활과 나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부끄럽지만 세탁기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신혼 때 이 사실이 남편에게 들통나는 바람에 그에게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생긴걸로 봐서 전혀 공주과도 아닌데다 밖에서 생활하는 걸 보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스타일이라 더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아주 기본인것도 몰라서 한심하게 보여 놀랐을라나. 이를테면 상식 밖의 범주에 사는 인간이라 느껴졌었던 건가 싶다.
그래도 지금은 세탁기를 쓸 줄은 아는데 여전히 능숙하지는 않다.
세탁기 안에 세제 넣는 구멍이 두개가 있는데 각각 얼마나 넣어야 되는지, 세탁기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세탁기 몸체에 달려있는 버튼의 여러 기능들은 언제 어떻게 써야되는지.
물론 유튜브를 검색하면 바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한번만 검색해서 시청을 해도 그 다음엔 더 다양한 관련 정보들을 찝어서 자동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왠지 손에 안가는 이유는 방법을 알게되면 진짜 해야될 것 같고, 알면서도 안하면 더 괴로울 것 같기 때문이다.
세탁기 내부 청소도 미룰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른거 같기에 버벅대면서 조만간 하리라 마음먹는다.
여하튼 청소를 제일 싫어하는 나는 요리에는 또 관심이 있어서 주방은 그래도 가급적 치워놓는 편이다.
요리는 결과물을 보면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상인데 재료 손질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야채를 씻고 털고 보관하고 이 과정은 애정이 있지 않으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회사 워크샵때 상추 씻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주방조에서 탈락했던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일취월장한 거긴 하지만 여전히 야채 씻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봄에는 생명이 싹트고 자라는 계절로서 작년 물가에서 이식해와 텃밭에 심은 미나리가 꽤 커졌다.
수확해온 미나리로 뭘 먹을까 하다가 샌드위치에 한번 넣어보자 싶어 크게 세웅큼을 쥐어 흙을 털어내고 상한 잔잎파리를 떼어낸후 물기를 털어내었다.
코스트코에서 사놨던 부라타치즈의 반을 갈라 치아바타 슬라이스 빵조각에 얹고 미나리를 올려 소금, 올리브오일, 레몬 꿀, 후추를 섞은 소스를 흩뿌린다.
미나리가 샌드위치에 어울릴까 치즈에 어울릴까, 긴가민가 고민되서 주저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고~
빵위에 다 올려놓으니 보기엔 일단 꽤 괜찮았다.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던게 미나리가 아직 여려서 향이 그리 세지 않아 샐러드로 먹어도 좋을 정도였다.
신선한 부라타 치즈의 고소함과 미나리의 적당한 향긋함이 치즈의 느끼함을 잘 보완해주는 균형감 있는 샌드위치였다.
전에 해보지 않은 시도라서 더 재미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미나리 부라타 샌드위치.
이 정도면 뭐 먹을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