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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Jun 27. 2023

9. 여름의 맛,바질토마토매실청

추운 겨울, 한가로운 시기인 농한기를 지나 해가 뜨거워지고 습도가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수확의 계절을 맞게 된다.

우리는 주로 주말에만 텃밭을 가기 때문인지 다른 집들보다 채소들이 늦게 싹을 틔우고 성장이 더뎠다.

그렇게 여러 주말동안 빈 텃밭을 보며 기다리는 마음으로 씨앗들에 물을 주고 여린 잎이 나기까지 애정을 주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해가 뜨거워지고 습도가 조금씩 높아지면 씨앗에서 전혀 나올 것 같지 않던 잎이 나오고 몸통이 커지기 시작한다.

제일 첫번째로 나에게 먹이로서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루꼴라다.

루꼴라가 나기 시작하면 부지런히 루꼴라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해먹고 그 맛이 질릴 때쯤엔 바질이 바톤터치를 한다.

바질 잎을 보니 이젠 먹을 때가 됐다는 판단이 섰고, 다 큰 잎들을 따기 시작한다.

몸통에서 작은 줄기를 떼낼때 짓이겨지면서 퍼지는 그 향기로움은 테라피 효과까지 준다.

보통은 수확의 과정도 힘들지만 바질잎을 딸 때는 예외가 된다. 기분 좋은 향이 집으로 갈 때까지 차에, 거리에, 집 안 곳곳에 퍼진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봤던 레시피가 생각나 토마토 매실청을 담가보기로 한다.

원래는 토마토를 십자 모양으로 칼집내어 데쳐서 껍질을 까야하지만 그마저도 귀찮아서 방울토마토를 반씩 썰어 통에 담는다.

그리고 매실청을 붓고 레몬즙을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바질잎을 잘라 넣고 잘 흔들어준다.


기호에 따라 다른 과일을 살짝 가미해줘도 좋다.

바질을 수확하던 날 먹보라색으로 익은 블루베리들이 반가운 얼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서 같이 수확해온 김에 몇알 넣어본다.


이렇게나 간단하다.

그런데 그 맛과 향이 상당히 고급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충격적이다.

“이건 정말 여름의 맛이군.”

이제 고급스럽고 특별한 여름 음료가 필요하다면 바질토마토 매실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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