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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잔 째네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옷과 짐을 정리하고 몸을 씻고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합니다. 그게 제 루틴이에요. 순서가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커피를 고를 땐 전날과 같은 커피는 절대적으로 피해서 고르고, 비슷한 뉘앙스보단 다른 느낌으로 고릅니다. 전날 워시드 커피를 마셨다면 내추럴커피를 선택하죠. 오늘은 기분이 좋아 꽤나 비싼 커피를 마실까 했는데 이미 다른 커피를 내리고 좋은 일이 생겼기에 내일을 기약해 봅니다. 내일의 상황에 따라 좋아서 내릴 수도 있고, 안 좋아서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비싼 커피를 내렸습니다. 기분은 딱히 좋지 않았지만 그냥 마시기로 하고 항상 하던 루틴대로 옷과 짐을 정리하고 몸을 씻고 나와 커피를 내렸습니다. 그나마 달랐다고 해야 될 건 뭔가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밤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할까요?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네요. 누군가도 밤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나 말고도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그런 묘한 위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