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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Jun 12. 2024

왜 '자기주도생활'일까?

우리는 꿈꾼다. 학교에서 착실하게 배운 내용으로 문제를 척척 잘 풀어나가는 아이. 과제나 알림장은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부모에게 요청하는 아이. 목표하는 공부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아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집으로 해결하다가 정 안 되면 인터넷 강의로 보충하는 아이. 의욕적으로 자기만의 학습 목표를 세우는 아이. 조금 힘든 구간이 있어도 무던히 참아내고 도약하는 아이. 상상만으로도 내 자식 삼고 싶은 이런 아이를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아이라고 표현한다.     


고학년 아이들을 상담하거나, 선배 선생님들께 자식 키우는 이야기 들어보면 모두가 자기주도학습 되는 아이를 원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 자녀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자기주도학습은 기질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말한다. 맞다. 기질적으로 규범에 순응적이며, 의무를 벗어났을 때 불안이 높고, 자신에 대한 욕심이 많거나 경쟁심이 있어 잘하고 싶은 욕구가 높은 아이들이 수월하게 자기주도학습에 안착한다. 하지만 같은 기질이어도 ‘의존 학습’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 또 자기 주도성이 낮은 기질임에도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하는 아이도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 주도성’이 강하다. 자기 스스로 일을 끌어나가는 성질을 자기 주도성이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유능한 존재로 인식한다. 이런 자기 주도성을 연습하고 길러 나가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생활이다. 학습은 삶의 여러 가지 영역 중 한 부분이다. 아이가 어릴 적부터 자기주도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고학년의 학습에 대한 동기가 생기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힘들지만, 도전하는 과정은 자기주도학습에도 필수다.      


자기주도생활에서 아홉 살은 중요하다. 이 시기까지 기본 생활 습관이 정착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의 부담이 적은 상태로 독립적인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3학년부터는 교과 수도 많아지고 학습이 점차 강조된다. 올해 다섯 번째 2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이전 2학년과 다르다. 3월 초 학급에서 1/3이 수업 시간 중간에 돌아다녔고,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했다. 아이들에게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해지고 있음을 고민하게 되었다. 더불어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더욱 섬세해짐을 느낀다. 아이들의 내적 근력은 약해지는데,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빨라져 아이들의 적응력은 더욱 요구된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되었다.     


교실뿐 아니라 우리 집에도 아홉 살 아들이 있다. 평범한 아홉 살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생동감 있게 느끼며 지내고 있다. ‘아! 이렇게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하기 어렵구나! 스스로 하기까지 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구나!’ 아이는 가방 정리, 숙제하기, 등하교 방법 등 하나하나 습관으로 정착시켜야 했다. 자기주도생활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통과 연습으로 되는 것이었다.      





자기주도생활은 교육 트렌드에도 찰떡이다. 올해 1~2학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 과정에 큰 변화가 있다. 바로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한 점이다. 세상은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불가능할 거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세상이 멈추는 것도 경험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라는 질문에 확언이 어렵다. 나 또한 ‘철밥통’, ‘최고 직장’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에 입학했었다. 지금은 교대를 입학하려는 고등학생들이 급감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공부 잘해서 성적이 높은 것보다 적응력이 좋은 친구들이 성공할 것이다. 문제를 만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즉 학생이 주도성을 길러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훗날 잘 먹고 잘살게 하는 능력이라는 데 학교에서만 기를 순 없다. 학생들이 교실뿐 아니라 전반에서 자기주도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강조한 자기 주도성이 일상의 자기주도생활에서 길러진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며 자기주도생활에 대한 필요성과 더불어 이를 탐구하고 교실과 가정에서 적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슈퍼 파워’라고 이름 붙여 아이들이 도전하며 성취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기 주도성과 관련 책을 읽으며 이론을 탐구하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점검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자기 주도 생활을 교실에서 가정으로 실천하게 돕는 방법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그림책을 통해 마음을 다지는 교육을 지속하려 한다. 기억하자. 아홉 살까지 자기주도학습 이전에 자기주도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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