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그녀 Jun 19. 2024

자기주도생활의 시작은 수준 파악

“선생님에게는 90점이 100점을 맞는 것과 40점이 50점을 맞는 것이 똑같이 기쁘단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내가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잘하면 그게 멋진 거지.” 학년 초에 늘 학급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다. 어떤 것을 도전하든 비교 대상은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다. 자기주도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들은 등교하자마자 어제 해온 과제물을 선생님 보다 앞서 "선생님! 이거 어디에 내요?"하고 물어온다. 반면 여러 번 과제물을 제출하라 안내해도 본인의 이름을 직접 불려서야 깨닫고 내는 아이들도 있다. 각자 이미 스스로 잘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다. 모든 학생이 어떤 일부터, 얼마큼 스스로 해야 하는지 시작점이 다르다. "이제 네가 모두 혼자 해보렴." 자기주도생활의 첫발을 이렇게 딛는다면 아이는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볼 거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현재 수준을 아는 것이다.




시작점 파악은 현재 아이가 어떤 것을 도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교육학을 공부하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 있다. 바로 비고츠키다. 그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의 인지가 발달한다고 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지만 교사, 부모, 친구 등 주위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근접발달영역(ZPD:Zone of Proximal Dvelopment)이며, 여기서 발달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즉, 아이들은 현재 좀 서툴거나 혼자 하기 어렵지만 조금의 지원으로 해낼 수 있는 것에서 교육적 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교실에서 보면 아이들은 자기 현재 수준보다 크게 높지 않은, +1 정도 수준의 과제를 줬을 때 흥미를 느끼며 도전한다. 시작점 파악은 이렇듯 수준에 맞는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필요하다. 너무 많거나 높은 수준의 과제를 갑자기 제공하면 항복을 외칠 것이고, 이미 잘하는 것으로만 제시하면 곧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시작점을 알면 아이의 긍정적 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어머! 전에는 서랍 정리를 어려워하더니 오늘 보니 깨끗하네! “ 아이의 어깨가 하늘로 치솟는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인정과 칭찬은 긍정적 행동을 강화한다. “이전에는 이렇게 하더니 지금은 잘하고 있네! 더 나아졌는걸.” 변화를 인정해 주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때 격려할 수 있다. 시작점에 민감해지면 칭찬할 거리가 더 잘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학습적으로 요구받는 것이 많다. 넘치는 정보로 부모는 조바심이 난다. SNS를 보면 천재 같은 아이들이 도처에 넘쳐난다. 넘치는 교육 정보로 필요한 교육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눈에 띄는 성취가 있지 않다면 아이들이 인정받기 어려운 시대기도 하다. 아이들은 항상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긍정적 변화를 흘려보낸 것이다.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면 몇 개월 전에 쓴 글을 살펴보라. 어떤 부분에서든 아이의 수준이 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시작점을 알고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계속해서 도전하는 촉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주도생활의 수준 파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주도생활을 시작하기 전 과제, 기질, 건강의 측면을 살펴야 한다. 여기서의 과제는 쉽게 말해 아이가 현재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한 파악이다. 아이가 현재 루틴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 힌트를 주었을 때 바로 실천하는 것, 상세히 물어보지 않으면 온전히 되지 않는 것, 혼자 하기 두려워하는 것 등 다양한 수준으로 생각해 본다. 지금 도전해야 하는 과제를 정하는 것에 이 과정은 필수다. 다음으로 기질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기질도 파악해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했을 때 큰 불안을 느낀다. 이런 경우 과제를 더 잘게 쪼개 도전의 보폭을 줄여야 한다. 또한 아이는 도전을 즐기지만 부모가 스스로 하려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불안한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너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야 자기주도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보상에 대한 민감도, 독립에 대한 만족 여부 등 본래 가지고 있는 기질이나 철학을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체적, 정서적 건강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약한 아이라면 매일 스스로 줄넘기 50개와 같은 과제를 루틴에 넣는 것도 좋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도전 과제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서적 건강 또한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는지, 교사와 부모, 친구들과의 소통은 원활한지 등을 알고 도전 과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2학년의 한 아이는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는 부분을 알고 급식시간이 되면 메뉴를 파악하고 적절히 거부할 음식을 거부한다. 불편한 점을 표현하는 것이 힘든 아이에게 부모님께 먼저 이야기해 보는 연습을 하게 한다. 일상에서는 이런 도전이 필요하다. 더욱이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특징을 고려하면 아이도 부모에게 배려받는다는 신뢰감을 갖게 된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교육은 내 아이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기주도생활은 아이가 자신의 현 수준에서 조금씩 더 독립적으로 서는 과정이기에 다양한 관점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는 것은 다리가 찢어지는 미련한 행동이다. 인생의 방향은 다양하고 그 길이 모두 다르니 뱁새가 황새의 속도를 따라갈 필요도 없다. 다만 이전 보다 조금 더 나은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독립의 수준을 파악한다는 것, 자기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로 키우는 첫걸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