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보결수당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출근을 못하게 되었는데 외부 선생님을 구하지 못한 경우 학교 내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 한 교시 수업에 15,000원~20,000원 정도 받게 됩니다. "이 돈을 위해 수업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한 교시 쉬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사실 수업 준비와 일기 검사 등으로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결은 선택이 아니죠. 꼭 해야 한다면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없는 것보단 좋습니다. 쌓여있는 업무와 과제 검사를 뒤로하고 긍정회로를 돌려 '치킨 한 마리 먹자!' 생각하며 낯선 교실의 문을 엽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건 이제 스스로 해야지!" 하면 속으로는 '내 할 일인 거 안다고요!' 할 겁니다. 자신의 일인지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당근과 채찍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때 묻은 말입니다. 그만큼 삶에서 와닿을 때가 있고, 특히 자녀를 양육할 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 마리의 말이 있습니다. 말은 때로 '당근을 먹기 위해 달리겠어'라고 의지를 다지거나, '당근 정말 맛있네! 다음에도 힘들지만 달려봐야지' 합니다. 채찍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꼭 달려야 할 때 달리지 않았더니 말에게는 불편한 상황들이 생겼습니다. 채찍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은 당근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자기주도생활에 있어 당근은 목표 행동을 하도록 꼬시는 수단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당근에는 교육적인 용어로 '동기'와 '보상'이 있습니다. 동기가 어떤 일을 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는 '원인'이라면 보상은 그 일을 수행했을 때 따라오는 긍정적 '결과'입니다. 아이가 도전 과제를 수행할 때 동기를 가지고 수행하고 그 결과 예상했던 보상을 받게 되어 만족감을 가지면 다음 도전에 동기가 되기도 하죠. 이것이 지속적인 선순환이 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이러한 동기와 보상에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당근을 외재적 동기, 외적 보상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는 선물, 상장, 용돈 등 물질적 당근과 칭찬, 격려 등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당근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아이의 내면에 있는 내재적 동기, 내적 보상은 자기만족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 즐거움, 호기심 등이 그 예죠.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외적 당근보다 내적 당근이 중요하며 어린 시기일수록 어쩔 수 없이 외적 당근을 써야 하지만, 커갈수록 내적 당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교육 강연가 알피 콘(Alfie Kohn)은 <보상에 의해 벌을 받다(Punished by Reward)>라는 책을 썼으니까요. 그는 이 책에서 외적 보상과 처벌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내적 동기를 낮추고 자율성과 창의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외적 보상에 익숙해지면 도전 과제를 '일'로 낙인 하여 괴롭게 느끼고, 보상이 사라졌을 때 괴로운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게 된다는 거죠. 결국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당근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합니다.
아홉 살 이전 아이들에게 자기주도생활을 위해 매일매일 도전하게 할 때 어떤 당근들이 좋을까요? 이 또한 가정환경과 문화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당근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첫째, 생활 속 즐거운 대화입니다. 조직 문화에서도 사람들을 이끄는 원리 중 '목표 공유'는 효과가 큽니다. 아이들 또한 부모와의 즐거운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공유해야 합니다. 왜 자기주도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건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대화로 생각의 수준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과정과 노력'에 대한 칭찬, 격려, 인정, 행동 읽어주기입니다. 아마도 교육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리사 손 교수님의 <임포스터>라는 책에서 언급하듯 결과를 중시하게 되면 사람은 그다음 도전에 부담을 느끼고 자신의 부족함을 가면 뒤에 감추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도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여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갖고 싶은 물건보다 경험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요. 스티커 100개를 모았을 때 게임기를 사주는 것보다 주말 가족 나들이로 평소 관심 있던 로봇 박물관에 가보는 겁니다. 싸고 비싸다의 기준으로 보상의 크기를 가늠하지 않을 수 있고, 아이의 물질적 풍요에 대한 역치를 높이는 것도 부담이니까요. 넷째, 용돈 교육과 연계하는 것도 좋습니다. 외적 당근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아홉 살 이전 어린 나이에는 내적 당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교육 전문가들이 용돈은 돈 쓰는 것을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용돈으로 보상하면 자기 주도생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경제교육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 아홉 살 아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100원을 받습니다. 가정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돈의 가치가 다르기에 아이가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의 최저점에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돈 안 드는 당근에는 특별한 권리를 담은 쿠폰, 상장, 트로피, 메달 등이 있습니다. '보드게임 하기, 영상 30분 보기, 저녁 메뉴 고르기' 등 가정 안에서 실현 가능한 권리를 담은 쿠폰을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또 인정의 욕구가 큰 아이들, 유아기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만들어주는 상장, 트로피 등으로도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당근을 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주의할 점은 주도권이 부모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싫어! 나 그거 주는 거면 안 할래."와 같이 '딜(deal)'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부모의 권위가 건강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중요하겠죠. 당근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걸 주는 건 네 노력을 응원해주고 싶고 칭찬해주고 싶은 내 마음이란다." "네 일은 네가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해낸 네가 자랑스러워. 하지만 부모님이 그 대가로 무언가를 줘야 하는 역할은 아니야. 네게 주는 것은 너의 의견을 들어보고 부모님이 결정할 거란다" 아홉 살 이전의 자기주도생활은 아이 혼자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훗날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기주도적 삶을 꾸리는 것의 기초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 이 과정에서 윤활유가 되어줄 당근은 한 가지는 아닙니다. 내적, 외적 동기 자극 및 보상을 다양하게 제공하면 아이들이 힘들어도 의욕적으로 도전과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