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삶은 때로 기차를 타는 여정과도 같다. 긴 길을 달리며 우리는 정해진 철로를 따라가고, 매일 같은 풍경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진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도착한 작은 역에서 기차는 잠시 멈추고,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노선을 택할 것인가?
서른넷의 나이에 서서 돌아보니, 내 인생에도 이런 작은 터닝포인트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어쩌면 지난 한 해였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작은 역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은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인생은 그저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작은 역에서 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터닝포인트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 또는 그 지점.
33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은 무난했고, 짧디 짧은 사회생활도 그저 그렇지만 안정적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진 것은 친구에서 남편이 된 내 배우자였고, 그 남편과 함께한 결실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아마 남편과 나만 있었다면 나는 계속 한국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생각이 많아졌고,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들은 더 깊어졌다. 무엇이 우리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에 도달했지만, 그 답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서른넷에 이방인이 되는 삶을 선택했다.
사실 이 결정은 남편의 오랜 바람이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는 해외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 주제에 대해 대화조차 피하고 싶었다. 그저 ‘결정되면 나중에 이야기해 줘’라고 말하며 뒤로 미뤄둔 것이다. 그러던 서른 넷이라는 나이를 마주하게 된 지난해, 남편은 10년의 시간 끝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에게 통보 아닌 통보를 해왔다. 처음엔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라는 질문도 끝없이 맴돌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1년을 살아보니, 나와 아이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가지치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그 과정도 터닝포인트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매번 멈추고, 다시 달리는 기차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 멈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면, 무난하게 한 줄로만 길게 이어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그 사이에는 크고 작은 변곡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주식 그래프처럼,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승이 찾아오고, 가파른 하락도 피할 수 없다. 매 순간이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기쁨에 차오르고, 때로는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안정함 속에서 인생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막만 있다면 그 끝은 어디로 향할까? 내리막만 있다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변화들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변곡점은 우리가 멈추어 다시 한번 자신의 방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서른넷에 서서 내 인생의 그래프를 돌아보니, 나 또한 무수한 변곡점을 지나왔다. 때로는 그 변곡점이 커다란 변화로 이어졌고, 때로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작은 변화로 남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이방인이 되는 삶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그 결정은 내 삶의 그래프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고, 새로운 오르막과 내리막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변화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익숙한 길을 걷는 것이 안전하고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없이는 우리는 결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없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없다. 오르막이 있기에 내리막의 순간이 감사하고, 내리막이 있기에 다시 오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인생의 그래프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변곡점들 덕분에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내 인생의 그래프는 계속해서 오르고 내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 당신은 지금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종종 두려움에 멈춰 서곤 하지만, 터닝포인트란 결국 우리의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줄 중요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맞이했을 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다. 익숙한 길을 계속 걸을 수도 있고, 새로운 노선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터닝포인트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그 작은 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떠나면, 당신의 삶은 또 다른 궤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당신은 지금보다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그래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그래프 속 변곡점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어 가는지, 그리고 그 길에서 무엇을 배워가는 지다. 당신의 터닝포인트가 새로운 빛을 향한 출발이 되기를.